정부가 21일 대대적인 반도체 육성 대책을 내놨다. 이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반도체 소재 기업을 찾은 자리에서 범정부 차원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은 미래산업의 핵심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엄청난 발전과 성장을 이뤄왔지만 중국 등 세계 각국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자칫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없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범정부적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기업들이 반도체에 340조원을 투자하도록 기술개발(R&D)·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반도체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기관을 통해 반도체 전문 인력을 향후 10년간 15만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세제와 인력에 대한 대폭적인 정부 지원을 밝힌 것이다. 심지어 경기도 평택과 용인의 반도체 단지에 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도 국비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을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범정부 차원의 총력전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힌 반도체 지원 대책을 보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3% 수준에서 오는 2030년까지 10%대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그리고 소부장 산업(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율도 현재 30% 수준에서 50%로 높이는 목표도 수립됐다.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핵심 전략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으로 포괄한 셈이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술까지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정부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성과를 보인다면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는 최강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과연 윤석열 정부가 계획한 일정대로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가경제가 워낙 불안하기 때문이다. 물가와 환율, 금리 등 악재들이 잇달아 몰려오고 있다. 더욱이 경제침체 우려가 점점 커지는 시점에서 국가부채는 물론 가계부채까지 시한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이 시작됐다는 조급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대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와 대규모 세제 지원까지 동시에 추진될 경우 결국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대화 되면서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은 좋다. 하지만 그 과정과 성과마저 대기업의 것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총력전이라면 그 가운데 국민의 것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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