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옆집 사는 초등학교 5학년 개구쟁이 녀석이 요즘 학교에 가기 싫다며 우는소리를 한다고 했다. 학교가 답답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녀석 담임이 여자 교사인데,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은 물론 체육시간에도 아이들이 새색시처럼 굴지 않으면 엄청 혼을 낸다는 것이었다.

아뿔싸 듣고 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요즘 아들 키우는 부모들이 은근히 속을 태우고 있다. 남자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 졸업할 때까지 6년 내내 여자 담임만 만나게 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는 것인데, 여자 선생님이 왜? 엄마들이 하는 소리로는, 여자 선생님이 남자아이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여자 아이들 위주로 학교생활을 이끌어가고 그 때문에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과의 경쟁에 밀리는 것은 물론 아이의 인성이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없을 것이란다.

여성 운동하시는 분들이 들으면 무슨 소리야 하고 펄쩍 뛸 노릇이겠지만, 초등학교에 여자 선생님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 때문에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여자 선생님이 많은 게 과연 남자아이들한테 해가 되는가, 하는 가치 판단은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엄마들 얘기로는,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초등학교에서 아이 담임이 남자 교사, 그것도 젊은 남자 선생님이라면 “빙고” 하고 반색을 한다고 한다. 학교 급식 당번을 나가더라도 총각 선생님이 있는 반 엄마들은 콧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이건 좀 웃자고 살짝 보탠 얘기이겠지 싶은데, 아무튼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학교 풍경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남자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여자 아이들은 마구 소리를 지르며 교실을 뛰어다니거나 남자아이들을 두들겨 패기도 한단다. 옛날 생각하면 아이고 한숨이 절로 나올 법하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지 말라거나 여자 아이들처럼 얌전하게 굴지 않는다고 윽박지르는 분위기라면, 남자아이들 숨이 막히는 게 당연하다. 자랄 때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에 비해 큰 근육이 먼저 발달하기 때문에 여자 아이들처럼 얌전하게 굴라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씩씩한 남자보다는 얌전한 남자들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남자아이들을 모조리 ‘초식남’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초식남이란 일본의 후쿠사와 아키라는 여성 칼럼니스트가 만든 말로, 온순하고 부드러운 성격과 이미지를 갖춘 남자로서 요리 쇼핑 등에 관심을 갖는 남자들을 가리킨다.)

화장하는 남자, 예쁜 남자, ‘초식남’ ‘애완남’ ‘포켓남’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답게 키워야 한다. “남자가 울면 안 돼”하고 가르치면 평생 제 감정을 억눌러 스트레스가 쌓이고 화병이 생기게 된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솔직한 감정 표현도 좋지만 때로는 이를 악물고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때 그 소리가 힘이 되기도 한다. “오냐 그래,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우렴” 하고 키우니, 군대 간 녀석이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울먹이며 “전쟁 나면 큰일 난다”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그래, 엄마들 걱정을 생각해서라도 남자 선생님을 더 뽑아야 하지 않을까. 무상 급식 문제로 난리를 치고,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교육감이 붙잡혀 가고 교육 행정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데, 초등학교 교사의 남녀 비율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는지 한번 짚어 본다고 쇠고랑 차는 것 아닙니다~. ‘애정남’한테 물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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