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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만드라고라(mandragora)’는 가지과(Solanaceae)에 속한다. 학명은 ‘Atropa mandragora’이며 영명은 ‘맨드레이크(Mandrake)’로 ‘아르라우네’라고도 부른다. 만드라고라는 사람의 형태를 한 뿌리를 가진 식물로 동양에서는 ‘만다라케’라 불리고 있다. 만드라고라는 페르시아어로 ‘사랑의 들풀’을 뜻한다. 또한 아르라우네는 원래 ‘비밀로 통한다’는 의미의 독일어 옛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만드라고라는 종 모양을 한 보라색 꽃과 오렌지색 과실을 가진 식물로 뿌리 부분은 벌거벗은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간의 형태를 한 만드라고라의 뿌리는 손발을 물론이고 생식기까지 갖추고 있다. 남자와 여자 두 종류의 만드라고라가 존재하며 외견상으로도 인간의 남성과 여성을 많이 닮았다. 하얀 만드라고라는 남자이고 검은 만드라고라는 여자라고 일컬어진다.

만드라고라는 독을 가지고 있는데 과실 부분에는 마취나 마약 최면제의 효과를 가진 성분이 있고 인간 형태를 한 뿌리 부분에는 미약으로 효과가 있다고 하며 전반적으로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어졌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만드라고라의 약을 복용했다고 전해진다. 미약으로 사용하는 경우 남자 만드라고라는 여성에 대해서, 여자 만드라고라는 남성에 대해서 효과를 발휘한다고 여겨졌다. 또한 만드라고라는 보물찾기나 적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보호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약초가 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것은 만드라고라에 독성이 있어 채취하는 데 엄청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만드라고라에 자칫 손이 닿기만 해도 죽음의 위험성이 있으며 만드라고라를 뿌리째 손으로 뽑으려고 한 사람은 틀림없이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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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천지일보 2022.07.19

전설 속 만드라고라는 대지에서 뽑힐 때 엄청난 비명을 지르는데 그 소리를 들은 자는 즉석에서 사망하고 만다. 일설에 의하면 비명을 들은 사람은 죽는 것이 아니라 히스테리를 일으키거나 미쳐 버린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 속 이야기에 따르면 만드라고라를 채취하려고 하면 그것이 자신의 발로 걸어서 도망쳐 버린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여성의 소변이나 월경의 피를 뿌려야 한다. 만드라고라는 교수대 아래에서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죄 없는 사형수의 눈물, 또는 사형수가 죽은 후에 그의 몸에서 배설된 정자가 땅에 떨어져서 거기에서 만드라고라가 나게 된다고 믿어졌다. 만드라고라는 채취할 때 위험하기는 하지만 일단 뽑아 버리면 위험은 전혀 없다. 물론 그렇다고 독으로서의 효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만드라고라를 채취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중 하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자 가장 잔인한 방법이기도 한데 한 사람이 희생이 되어 만드라고라를 뽑고 죽으면 무해하게 된 만드라고라를 나중에 온 사람이 채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쓰면 만드라고라 하나를 뽑을 때마다 한 사람이 희생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방법은 뽑기 전에 만드라고라 주위에 검으로 3중의 원을 그리고는 서쪽 방향을 쳐다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이 가장 피해가 적은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만드라고라 주위에 흙을 뿌리가 보일 정도로 파고 들어가서 뿌리 주위에 밧줄을 묶고는 그 밧줄 끝을 개의 목에 묶어서 개로 하여금 만드라고라를 뽑게 하는 방법이다. 이때 주위에 있는 사람은 손바닥으로 귀를 막거나 아니면 귀에 무엇이든 마개가 될만한 것을 넣어서 만드라고라의 비명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드라고라를 뽑아내면 개는 죽지만 귀중한 만드라고라를 손에 넣을 수가 있다.

한편 만드라고라는 지중해와 레반트 지방이 원산지인 허브의 한 종류인데 뿌리가 둘로 나뉘며, 마치 사람의 하반신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뿌리의 모양 때문에 좋지 않은 미신과 전설이 많은 식물이기도 하다.

성경 창세기 30장 14~15절의 내용이다. 

보리를 거둘 때가 되어 르우벤이 밭에 나갔다가 자귀나무를 발견하여 어머니 레아에게 갖다 드렸다. 

라헬이 이것을 알고 레아에게 졸라댔다. 

“언니 아들이 캐어 온 자귀나무를 나도 좀 나누어 주구려.” 

그러나 레아는 “네가 나에게서 남편을 빼앗고도 무엇이 부족해서 이제 내 아들이 캐 온 자귀나무마저 달라느냐?”하며 역정을 내었다. 

그러자 라헬은 “언니 아들이 캐 온 자귀나무를 주면 오늘 밤 그분을 언니 방에 드시도록 하리다”하였다. 

공동번역에서 ‘자귀나무’는 ‘만드라고라mandragora’를 옮긴 말이다. 

‘소요마’로 옮길 수도 있다. 

식물의 뿌리가 마치 사람의 모습을 방불케 하여 사랑이나 순산의 영약이라는 미신이 있었다고 하며, 루터는 이를 ‘Liebesapfel’ 곧 ‘사랑의 사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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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천지일보 2022.07.19

고대 아랍인과 게르만인은 ‘맨드라고라(Mandragora)’라는 작은 남자의 악령이 이 식물에 산다고 믿었으며 교수대 밑에서 자라는 풀이라고 알려져 그 뿌리에 죄수의 죽은 영혼이 숨어 있다고도 믿었다.

로마시대 십자가에 못박히는 죄수들은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이 식물을 술에 타 마시기도 했다. 의사에 따라서는 환자에게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질식 상태를 유도해 정신을 잃게 한 뒤 수술을 하는 방법을 썼다는 기록도 있다. 서양에서는 1세기경 그리스의 한 철학자가 만드라고라(mandragora)라는 식물이 진통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뿌리는 깊이 약 1m까지 뻗으며 갈색으로 작고 뿌리 꼭대기에서 진한 갈색의 잎이 몇 장씩 표면에 붙듯이 나온다. 뿌리는 우울증·불안·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고, 예전에는 수술용 마취제로 쓰이기도 했다. 마취요법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2세기경 중국의 명의 화타(華陀)였다. 동양에서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화타는 ‘마비산’이라는 마취약을 만들어 외과수술에 썼다고 전해진다. 잎은 원뿔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잎들 사이의 길이가 8~10㎝인 각각의 꽃대에서 종 모양의 연한 노란색 꽃들이 핀다. 나뭇잎은 외상을 치료하는 진통제이다.

뿌리와 나뭇잎으로 만든 허브차는 흥분 효과가 있으며, 심하면 마비 증상을 일으키나 천식과 기침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랗게 익는 열매는 작은 사과 크기로 부드럽고 둥글며 강한 사과 냄새가 나며, 독성이 있으나 약초로도 쓰인다.

조앤 K. 롤링이 쓴 세계적으로 유명한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Harry Potter)’ 속에서도 호그와트(Hogwarts)의 학생들이 마법의 식물로서 이 만드라고라를 두고 강의를 듣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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