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문을 여는 새로운 방식의 개헌을 추진하자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이날 김 의장은 경축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개헌을 위해 많은 논의를 거쳤다. 국민의 공감도 폭넓게 형성돼 있다. 이제 실천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에서 쏘아 올린 개헌론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87년 체제’로 규정되는 제6공화국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화 이후 새롭게 변화된 가치와 환경에 맞춰야 하지만, 현행 헌법체계로는 한계가 너무 많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말에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정부 차원에서, 또는 국회의장 중심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개헌론이 대부분 정략적 발상으로 치부되거나 또는 여야 간 이견이 커서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게다가 큰 선거를 앞둔 상황이 되면 각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어느 일방의 목소리만 부각되기 일쑤였다. 국민적 논의로 발전할 수 없었던 배경이라 하겠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초에 개헌론을 띄웠지만 권력구조를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닥을 잡는 바람에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촛불혁명’의 기세가 강하게 조성되고 있던 시점이어서 잘 설계만 됐다면 개헌안이 성사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더욱이 선거도 멀리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은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야당의 동의조차 구하지 못하고 결국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제 다시 윤석열 정부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헌론의 불씨를 지폈다. 김 의장이 강조한 문제의식은 아주 건강하다. “높아진 국민의 기대와 변화하는 시대를 담아낼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며 “권력 분산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로 이 대목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협치와 국민통합의 길로 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으로 개헌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제 관건은 정치권이 실질적으로 개헌론을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차기 총선까지는 시간이 있는 편이다. 따라서 지금 아니면 윤 정부에서는 다시 논의하기도 어렵다. 마침 윤 정부도 협치와 국민통합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국가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치권 모두가 대승적 결단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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