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제 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고 9.19 공동성명을 이행함으로써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 정부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외국 통신과의 인터뷰로 북미 간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을 목전에 두고 조건 없는 6자회담 조기재개를 강조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녹아있다. 이는 미국과 남한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중단 등 6자회담 선행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북측은 지난달 19일에도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입을 통해 “대화에 앞서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서로의 신뢰와 믿음에 상처를 준다. 우리는 이 때문에 조건 없이 회담을 재개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보유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핵위협과 가증되는 적대시 정책으로부터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적대정책을 폐지한다면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다”며 “자주·평화·친선의 이념에 따라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 관계를 좋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일관한 대외정책”이라고 언급함으로써 공을 미국에 넘겼다.

북일 관계에 대해서도 “일본이 불미스런 과거를 청산하고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그만둔다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에 각각 ‘먼저 진정성을 보이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데에는 “대화가 결렬될 경우에도 우리(북한)에겐 책임이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미국 측과 대화가 결렬될 경우 대내·대외적으로 선전할 명분론을 미리 설정해 놓은 셈이다.

이와 관련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미 대화를 앞두고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고 밝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의 기본입장은 베이징에서 리용호 대표가 얘기했듯이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하지 말고, 한미 양국이 평화 체제 논의에 성의를 보이면 북한도 과감하게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제네바 회담에서 이 논리를 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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