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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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나경원씨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지명할 생각도 없으면서 연막을 피우는 것인지 지명하기 위해 여론을 떠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유쾌한 뉴스는 아니다.

나경원씨는 3년 전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광주일고’ 정권이라 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차별한다면서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고 했다. 호남 정권, 영남정권이라는 말은 쓰지만 특정 학교 이름을 써가며 ‘○○○○ 정권’이라 말하는 사람은 못 봤다. 설령 정부 주요 인사 가운데 그곳 출신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특정 학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파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 출신들이 중요 지위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 정권’ 이렇게 부르지도 않는다. 고등학교까지 특정해서 ‘○○고 정권’이라 부르는 건 지역과 지역을 분열시키는 행위이다. 나씨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2019년 3월 나경원씨는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라고 외쳤다.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서다. 현안은 산적해 있고 민생 문제는 켜켜이 쌓여 파탄 지경에 이르렀던 시점인데도 색깔 공세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욕심이 발동했다. 연설 직후 여야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았고 민생은 더욱 꼬였다.

남북관계는 유리 다루듯 하지 않으면 파탄나기 십상이다. 비록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북 정책이 맘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색깔을 입혀 ‘친북적 행보를 일삼는 인물’처럼 표현할 일은 아니었다.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구체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말했으면 큰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나씨는 색깔 공세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나경원씨가 지금까지 했던 언행 중 가장 심각한 말은 바로 ‘반민특위’ 발언이다. 2019년 3월 14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 했다. 역대급 반민족 망언이다. 그가 한 말은 반민특위 설치 당시 친일 청산을 결사반대한 친일파들이나 이들을 두둔한 사람들이 하는 말과 매우 흡사하다.

일제의 주구 노릇 하다 해방이 되자 언론인으로 재빨리 변신한 이종형 같은 악질 친일파는 지면과 집회를 통해 반민특위를 공산당 책동으로 몰아갔고 고등계를 비롯 일본 경찰과 관료의 경력을 갖고 있던 친일파들은 반민특위를 습격하는 데 앞장섰다. 놀랍게도 반민특위 습격은 이승만의 지시였다. 이승만은 악질 친일파 노덕술도 비호한 인물이다.

친일파와 친일 경찰, 지주와 기득권 세력에 기반을 두고 있던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를 언제 무력화시킬까 고민했다. 반민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자 곧바로 공격을 감행했다.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권의 비호하에 친일 경찰과 친일파들의 공격으로 무력화된다.

반민특위가 해체되면서 친일 청산도 물 건너갔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 때문에 대한민국은 오늘도 고통받고 있다. ‘반민특위의 존재 때문에 국민이 분열됐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할 뿐만 아니라 반민특위를 모독하는 행위이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행위다.

나씨는 반민특위 발언도 사과하지 않았다. 나경원씨는 반민특위 발언이 크게 문제가 되자 ‘반문특위’라는 말을 지어내어 언어 유희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나경원씨는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장관은 더더욱 안 된다. 공직을 영원히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서 말한 행적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대국민 사과가 있다면 달리 판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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