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 변호사의 이야기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로 우뚝
장애인을 향한 새로운 시각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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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최근 한 드라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다. 방영되는 채널도 케이블을 자주 보지 않는 이들에게는 낯선 ENA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과연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TV 시청률의 중요도는 낮아졌다. OTT로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게 되면서 ‘본방 사수’는 옛말이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우영우’의 시청률은 가히 놀랄 수밖에 없다. 1회 0.9%로 시작한 ‘우영우’는 단 4회 만에 5.2%를 기록하며 5배가 넘는 기염을 토해냈다. 비슷한 시간대 드라마 ‘징크스의 연인(3.5%)’ ‘이브(3.6%)’ ‘인사이더(2.9%)’와 확연히 비교된다.

그리고 화제성 또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서비스 되고 있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대한민국 톱(TOP) 시리즈’ 1위에 올랐으며 OTT·극장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발표한 7월 1주차(7/2~7/8) 통합콘텐츠 랭킹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7월 1주차에서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과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박은빈)에서도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주인공 박은빈만 순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함께 출연 중인 강태오, 주현영, 강기영이 각각 2위, 4위, 8위에 오르며 압도적인 화제성을 보였다.

드라마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이야기를 그린 법정 휴먼 드라마다. 언제나 누군가가 곁에서 돌봐야 할 것만 같은 장애를 가진 이가 누군가를 변호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의구심이 들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것은 모두의 응원과 격려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단순히 장애인 주인공 삶을 그린 것이 드라마 ‘우영우’의 인기를 높이는 원인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 우영우의 성장 드라마에 가깝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1화 첫 출근 장면에서 자신을 당당하게 “특이사항 자폐스펙트럼 장애”라고 소개하면서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장애를 강점으로 내세워 피고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변호사 우영우의 가장 큰 장점은 IQ 164의 뛰어난 두뇌와 번쩍이는 재치다. 1회에서 홧김에 남편을 다리미로 때린 아내에게 검사는 상황만 판단해 ‘살인미수’를 구형하면서 ‘집행유예’를 내리고자 한다. 하지만 우영우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며 “이 사건은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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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회 재판에서 “증거, 있습니까?”라고 되묻는 모습(해당 영상 캡쳐).

그리고 4회에서는 FM일 것만 같았던 우영우가 친구 동그라미 가족의 상속세 문제에서 재치를 발휘한다는 점도 놀랍다. 재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증거를 만들고 마지막에 “그렇다는 증거, 있습니까?”라고 되묻는 우영우의 모습은 마치 장애인들은 정해놓은 규칙대로만 움직일 것이라는 비장애인의 편견을 가볍게 눌려버린다.

바로 이러한 점이 드라마 ‘우영우’를 화제성 1위로 만든 힘이다. 매회 한 사건을 중심으로 꾸며지는 ‘우영우’는 단순히 장애인을 그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일방적인 배려의 대상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부분을 비장애인들이 가진 편견으로 그려냈다. 이는 3회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영우의 로펌 선배 정명석(강기영)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피고인 상담을 우영우에게 맡긴다. 같은 장애인으로써 더 이해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우영우는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다. 스펙트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이라며 “김정훈(피고인)씨는 정신 연령이 6세에서 10세 정도인 중증도의 자폐인인데 저는 이런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없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말에도 정명석은 “그래도 본인보다 낫지 않냐”며 우변을 독려한다.

옛날의 우리는 장애인을 향한 차별적 시각이 강했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열등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장애인 처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제는 함께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장애인들이 가지는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배려해야한다는 동정적 시선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로펌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을 통해 말한다. 최수연은 “대학 때 쟤 별명이 뭐였는지 아냐. ‘어일우’였다.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라서. 안쓰러워서 도와주다 보면 정작 수석은 쟤가 차지한다”며 억울해 한다. 그러면서도 회전문을 통해 나가지 못하는 우영우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배려’의 모습을 보인다. 4회 정명석 역시 우영우를 질투하는 권민우(주종혁)에게 “난 우영우 변호사가 꽤 잘하고 있다고 본다.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힘도 좋고 발상도 창의적이고. 잘 보면 권민우 변호사도 우변한테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이렇게 드라마는 단순히 장애인의 삶을 그리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부족한 이를 향한 따뜻한 배려 그리고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적 존재로 바라보는 것. 이것이 드라마 ‘우영우’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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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같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피고인을 상담하는 모습(해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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