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이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이번에 새로 뽑는 125석 중 절반 이상인 73석을 확보했다. 이번 선거로 총 248석의 참의원 의석 중 연립여당이 146석을 차지하게 되며 여유 있게 과반수를 유지했다. 자민당으로서는 2013년 이후 가장 좋은 성과를 얻었다.

당초 최악의 투표율이 예상됐던 이번 선거에서 보수의 결집과 여당의 승리는 지난 8일 총격에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여당은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기치 아래 평화헌법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는 아베 전 총리가 숙원으로 삼았던 목표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 “국민적 이해를 얻기 위해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심화시켜 구체적인 안을 제출하고 싶다”며 개헌안 추진을 천명했다.

일본 여당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 합헌성 논란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만들겠다는 야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점령군에 의해 작성된 일본 헌법 9조에는 전쟁·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전력(戰力) 불보유 등을 규정하고 있어 그간 자위대에 대한 위헌 논쟁이 불거져왔다.

물론 개헌의 장애물은 여전히 높다. 개헌을 찬성하는 참의원, 중의원 사이에서도 세부사항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국민투표에서 국민 과반수의 지지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웃국인 우리나라는 일본의 개헌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진지하게 고려해야할 때다.

먼저 개헌에 긍정적인 4개 정당이 총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유지해 개헌 발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아베 전 총리 암살과 러시아 침공, 중국의 군사력 확대, 북한 핵위협 등 일본의 안보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고 이는 여론도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개헌 시 일본은 평화헌법의 제약을 없애 해외 전쟁에 참여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헌이 개헌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 긴장의 신호탄이 될 수밖에 없다. 자민당이 수십년간 향해온 방향만 봐도 이는 너무나 투명하다.

피습 전 아베 전 총리가 언제 가장 주목을 받았을까. 미국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핵 공유 정책 추진’을 발언했을 때다. 보통국가는 평화헌법뿐 아니라 비핵3원칙을 탈피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웃국의 최종 목표에 대한 우리 입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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