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살에 동정표 자민당 압승
개헌 지지세력 3분의2 훌쩍 넘겨
기시다 “가능한 빨리 개헌 발의”
‘자위대 헌법 명기’ 합의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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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뉴시스/AP] 기시다 후미오(왼쪽 두번째) 자민당 총재가 10일 일본 도쿄 당사에서 열린 참의원 선거 승리 자축 행사에서 자민당 후보 명의의 붉은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2022.07.11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75년 넘게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일본 헌법 개정작업이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일본 참의원 선거 이틀 전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아베 전 총리의 필생의 과업이었던 개헌 가능성이 열렸다는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일본에서는 방위력 강화와 함께 개헌이 이번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선거 결과, 개헌 세력 3분의2 유지

10일 진행된 참의원 선거 결과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개헌 세력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유지했다.

이튿날인 11일 일본 주요 미디어들이 집계한 개표 결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 사망이 보수표의 결집을 불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터질 시 불행을 당한 쪽에 동정심을 갖고 표를 주는 동정표가 일반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의 당내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년간은 대규모 선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이다.

자민당에 연립 여당인 공명당, 야당인 일본유신화와 국민민주당 등 4개 정당이 이번 177석을 확보하면서 개헌 발의요건을 달성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정당 외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 중에서도 개헌을 지지하는 의원이 있을 수 있어서 무난히 의석의 3분의2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헌을 위한 1차 문턱은 넘은 셈이다.

하지만 개헌 세력 내에서도 문구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닌 터라, 문구 합의와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를 염두에 둔듯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1NHK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헌발의 시기를 묻는 일본유신회 대표의 질문에 요컨대 발의에 찬성하는 세력이 3분의 2가 있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발의하는 내용에 관해 일치 가능한 세력이 3분의 2가 모이지 않으면 발의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 피살, 개헌 동력 되나

개헌 발의는 피살된 아베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를 겸직하던 시절에 마련해 추진했다. 당시 아베 전 총리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지난 2020828일 당시 총리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 중도에서 직을 떠나는 것은 장이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라고 언급하는 등 개헌을 자신의 필생 과업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정지권에서는 이번 개헌안 추진을 놓고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아베 전 총리의 유지라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헌 방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자위대 명기 부분이다. 헌법 제9조에서는 전쟁포기, 전력(戰力)보유·교전권 불인정을 규정하는데, 자민당은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담은 개헌안을 제안해 강한 비판을 받았다. 군대와 유사한 조직인 자위대를 두는 것은 전력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헌법 9조 위반이라는 논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현행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자위대의 존재를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헌법 9조의 2’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개헌 방안에서는 긴급사태 대응 규정 신설,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선거제도 유지(통합선거구 해소), 교육 환경 충실화 등 3가지 구상을 더 담고 있다.

개헌 발의는 시작되면 자민당은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 개표 도중 현지 방송에서 “(개헌) 발의를 위해 3분의 2 결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내 여론은 개헌 찬성이 우세하다.

교도통신이 지난 34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68%로 필요가 없다는 응답 30%의 두 배를 넘었다. 마이니치신문이 참의원 선거 후보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개헌 찬성 의견이 52%로 과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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