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북방포럼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image

최근 정부가 예산 절감과 행정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폐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중에는 정권 차원의 목적을 위해 설치했거나 정부의 정책 추진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는 것도 있어 존치 여부를 검토하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되나 단지 앞선 정부에서 설치됐다고 해서 무조건 폐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북방정책은 노태우 정부 이래 정권이 교체돼도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고 그 결과 한국외교의 지평이 확대되고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대외 활동 반경도 획기적으로 넓어졌다. 2017년 8월 설치된 북방위는 그간 북방경제협력 추진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한 결과에 따라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체계의 혼선을 바로잡아 국가별 맞춤형 협력 전략과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민간의 활동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체계적인 지원도 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해왔다. 지난 5년간 북방국가들과 인적 교류, 교역 및 투자의 증대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북방경제협력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나름대로 수행했다고 본다. 다만 일각에서 북방위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러·미 관계 악화, 미·중 경쟁 심화, 북핵 문제 해결 난망 등 한반도 주변 환경이 악화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는 등 통제할 수 없는 대외적인 여건으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북방정책 초기에는 재경부가 한러 경제공동위를 맡아 북방경제협력 전반을 관장했는데 재경부 장관이 경제업무 전반을 챙겨야 되는 업무 부담 때문에 한러 경제공동위 수석대표로서의 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각 부처가 담당업무에 따라 제각각 협력을 추진하다 보니 종합적인 정책 추진이 곤란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90년대 말 정부조직 개편 이후에는 이렇다 할 전담조직이 없는 상황이 됐다. 그 결과 정부의 역할은 나라별 협력 상황을 챙기고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주는 등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유도하기보다는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시적인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이다.

북방위는 단지 예산 절감 차원에서 다룰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첫째, 거대 시장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유라시아지역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둘째, 이 지역 국가들은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소통이 긴요하다. 셋째, 새 정부가 앞으로 북방경제협력에 대해 관심을 끄고 간여하지 않기로 한다면 모르겠으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추진과정에서 전담조직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될 텐데 기존 조직을 폐지함으로써 그간 축적된 경험을 사장시키는 것이야말로 낭비가 될 것이다. 넷째, 관련국들이 북방위의 폐지를 부정적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간 북방위가 컨트롤 타워로 알려짐에 따라 북방국가들의 정부와 주한 공관도 북방위를 접근하기 용이한 한국정부의 통합 창구로 여기고 활발히 소통해왔는데 그간 구축된 네트워크가 상실될 것이다. 북방위는 북방경제협력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상징하는 것인 바 폐지하는 경우 한국 정부의 열의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섯째, 민간 부문에서의 분위기와 모멘텀을 고려해야 한다. 유라시아지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북방 진출에 대한 염원이 조직화되고 있다. 현재 유라시아 21, 크라스키노 포럼, 유라시아경제인협회 등 여러 민간 조직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북방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에 유일하게 대외협력파트너(14개국)가 있는 위원회인 바 그 존치 여부는 대외정책의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 요망된다. 물론 북방국가들과의 협력에 있어 사업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주로 기업이기 때문에 북방위가 폐지된다고 해서 당장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를 견제하는 국제연대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더라도 제한된 범위에서 대러 경제협력을 이어 나갈 필요가 있고 더구나 그러한 국제연대와 관계없는 나머지 국가들과의 비즈니스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적극 지원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북방위는 또한 파트너 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전후복구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반관반민의 물밑교섭창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새 정부가 북방위를 폐지한다면 역대 정부가 지난 30년 이상 지속해온 북방정책 기조가 혹시라도 약화되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