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당연히 인정된 기본적 권리를 우리는 인권이라고 부른다. 인권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광범위한 가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만이 옳고, 나만이 잘났다는 생각은 상대를 폄하하고 무시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상대방을 정죄하게 되고 심지어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나와의 다름을 존중하지 않고,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면서 ‘인권’을 무시하는 세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노예제도와 남성에게만 참정권이나 선거권이 주어졌던 시대가 그랬다. 이런 일은 나라와 시대를 초월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노예제도도 사라지고, 여성에게도 참정권과 선거권이 주어졌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차별은 존재하고, 인권은 짓밟히고 있다.

얼마 전 한센인들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한 이들은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소록도국립병원 등 한센인 정착존에서 이루어졌던 강제 정관수술(단종)과 강제 낙태수술 피해자다. 2008년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과 한센인 생활지원 특별법(한센인특별법)이 시행됐다고는 하지만 허울만 좋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죽했으면 한센인들이 직접 소송에 나섰을까 싶다.

이들은 유전 질병도 아니고, 완치가 됐는데도 정부는 일제강점기 때 정책 그대로 단종과 낙태를 강요했다며 “몇 푼 보상이 아니라,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지난날들이 억울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염병도 아닌데 격리시키고 게다가 단종과 낙태까지 강요하는 것은 엄연한 인권유린이다. 우리는 일본이 일제강점기 당시 저질렀던 만행들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 스스로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요상하게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은 2001년 자국의 보상법에 따라 일제강점기 때 피해를 당한 한센인들에게 일부 보상을 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이렇다할 만한 진전이 없는 게 사실이다.

소록도로 강제이주 당하고 일제강점기 때는 강제노동과 인권유린에 시달려야 했던 한센인들. 병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을 당하고, 또 가족조차 만들기 어려웠던 이들의 삶은 해방 이후에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일군 간척지를 1964년 국가에 강탈당했고(오마도 사건), 소록도병원 84인 학살사건, 비토리섬 학살사건, 함안 물문리 학살사건, 함평 학살사건 등을 겪었다. 그들이 단지 한센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권이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주는 이들은 정부가 아니라 언제나 뜻을 함께하는 민간인들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국가가 먼저 과거를 반성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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