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 5월 26일 사회부총리로 지명된 지 40일 만에 임명장을 받았다. 그러나 박 부총리는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았다. ‘청문회 패싱’은 윤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다. 게다가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조교 갑질 심지어 음주운전까지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소명이나 사과도 없었다. 그리고 국민은 박 부총리의 교육 행정에 대한 비전이나 교육 정책도 모른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국회 원구성 타결 직전에 마치 타이밍을 맞추듯 그대로 임명을 해버렸다. 청문회 패싱은 또 ‘국회 탓’으로 돌렸다.

전날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 했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잇달아 두 번째로 자진사퇴 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일어났다. 당연히 대국민사과는 물론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혁신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박순애 부총리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는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격려까지 했다. 마치 거짓 공세와 싸워서 승리한 ‘개선 장군’처럼 대했다. 언론과 야당 입장에서는 모욕적이며 상식 밖의 발언이다.

최근의 잇단 인사 참사에서 보듯이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인사 기준도 제각각일뿐더러 그 마저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하고 있는지도 믿기 어렵다. ‘내 사람, 내 맘대로 쓰겠다’는 식이라면 그건 이미 국정이 아니다. 민간 기업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제가 터지면 또 ‘남 탓’이다. 5일 출근 자리에서 기자들이 부실 인사 문제를 거론하자 윤 대통령은 “그럼 전(문재인)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말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 발언의 진위를 따지는 게 아니다. 인식의 기준이 여전히 과거, 즉 문재인 정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놀랍다는 얘기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매우 불편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돼가지만 무엇하나 밝은 전망이 보이질 않는다. 임기 초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은 긍정보다 부정이 더 높다. 이 또한 초유의 일이다. 여기에는 윤 정부 초기의 인사 참사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시선이 적잖게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보이질 않는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할 것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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