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전준위 결정 일부 뒤집어
안규백 “생산적 논의 어려워 사퇴”
정성호 “비대위 결정, 심각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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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07.04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룰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4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결정을 일부 뒤집자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다.

안 위원장은 5일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전준위원장으로서 판단이기에 전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 앞으로 비대위·당무위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준위는 4일 선거인단 구성과 반영 비율 수정과 예비경선 과정에서 국민 투표 비율을 30% 반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당대회 룰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비대위는 전준위 결정을 일부 뒤집었다. 비대위안은 최고위원에 대한 1인 2표 투표 중 한 표는 자신의 권역 내 출마한 후보 중 한 명에게 행사하도록 정했다. 또 예비경선 역시 전준위 의결과 달리 중앙위원회 100%인 현행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당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최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자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국민 여론조사의 반영비율을 신설·확대했다”면서 “그러나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로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비대위가 도입한 권역별 투표제 역시 유례없는 제도였다”며 “권역별 투표제는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으로서 투표권 제한의 강도가 가장 높고 거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회의 구성에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1인 3표를 부여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히거나 지명직 최고위원 구성에 지역 대표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등 다른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가장 직접적이고 거친 방안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비대위 안은 원래의 의도대로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기보다 수도권과 호남 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안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며 “해당 안건에 관해서도 전준위에서 일부 제안이 있었지만 여러 우려로 인해 전준위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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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집단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문 발표를 통해 “비대위가 의결한 내용 중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라며 “본선 진출 후보를 중앙위원급 위원들의 투표만으로 결정하는 것과 최고위원 투표 시 두 표 중 한 표는 반드시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 후보에게 행사토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입장문에는 강민정, 권인숙, 김경만, 김남국, 김병욱, 김승원, 김용민, 김윤덕, 김정호, 문정복, 문진석, 박범계, 박성준, 박주민, 박찬대, 신정훈, 안민석, 양이원영, 유정주, 이수진(동작을), 이수진(비례), 이용빈, 이재정, 이탄희, 임종성, 장경태, 전용기, 정성호, 정청래, 정필모, 조정식, 주철현, 천준호, 최강욱, 최혜영, 한준호, 허종식, 홍정민, 황운하 의원과 정다은 경주시 지역위원장 등 4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400만 당원이 염원했던 혁신과 쇄신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당원들의 투표권을 제한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마저 훼손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르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게 되는 문제를 지속하게 된다. 이런 비대위의 결정은 오랜 기간 지적되어온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비판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실체는 모르지만, 당내 조직화된 기득권 세력이 당의 혁신과 변화를 막고 저항하기 위해 이런 비대위의 결정을 이끈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당내 균형과 타협을 중요시했던 안 위원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대위 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준위원인 김병욱 의원은 “전준위에선 다양한 안을 놓고 여러 가지 입장과 생각이 많이 논의됐고, 그런 고통의 산물로 (전준위 안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 시간 만에 (비대위에서) 전준위의 결과물이 거부되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민주당은 바꿀 게 많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준위 결정 내용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토론했다”며 전준위가 원하는대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순 없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결정하게 됐다. 최종 결정은 내일 당무위에서 나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응하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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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대 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정청래·박주민·김병욱·양이원영·김남국·김용민·장경태 의원.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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