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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5.30

정호영 이어 김승희도 낙마

50일 가까이 장관 공백 상태

국정과제·현안 추진동력 난항

코로나 재유행에 방역도 비상

잇따른 인선 실패 지적 일자

尹 “타 정권과 비교해보시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윤석열 정부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휩싸여 결국 사퇴하면서 수장 공백 사태가 더욱 길어지게 됐다.

새 정부의 첫 복지부 장관 인선이 연달아 실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대적 개혁을 공언해온 연금개혁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데다 정권 초기에 한창 박차를 가해야 할 정책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한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코로나 비상대응 로드맵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올라온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를 비롯해 국민연금개혁과 필수의료 기반 강화·의료비 부담 완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정책추진·지휘를 맡을 복지부 장관 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건강보험료 2단계 개편 추진 등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비롯해 보건·복지 분야 국정과제가 줄줄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후보의 연이은 사퇴로 현재 복지부 장관 자리는 50일 가까이 비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복지부 주요 인선도 덩달아 늦춰지고 있다. 연금제도를 전담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4월 이사장이 물러난 이후 여태껏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복지부 내 주요 보직인 기획조정실장과 보건의료정책실장 자리도 공석인 상태다. 게다가 또다시 새 후보자를 찾고 임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복지부 수장 자리는 향후 2개월 이상 공석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초대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한 김승희 전 후보자는 새 정부 내각 인선에서 여성이 적다는 목소리에 후보로 깜짝 발탁됐다. 약사 출신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제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을 거치며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정치자금 사적 유용, 세종시 관사 재테크, 엄마 찬스, 가족 부동산 의혹에 휩싸이며 4일 결국 후보자 직을 스스로 내려놨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39일 만이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정호영 전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번째다. 정호영 전 후보자도 경북대병원장 시절 자녀가 의과대학에 입학한 점을 두고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아들의 척추질환과 관련해 병역특혜 논란까지 겹쳐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지난 5월 23일 결국 사퇴의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 정책추진의 키를 잡을 수장의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서 경제침체기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층에 대한 정책들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보건복지뿐 아니라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를 더한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까지 신규 확진자는 1만 8147명 발생했다. 이는 지난 5월 26일(1만 8805명) 이후 40일 만에 최다 신규 확진자로 전날 같은 시간 5880명보다 3배가량 많은 수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확진자 수는 지난달 27일 저점인 3423명을 찍고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 방역과 관련해 새 정부는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라는 국정과제도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관한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독립적 전문가 자문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등 감염병 대응 공공의료 인프라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정권 초기인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수장이 필요한 때지만 이를 이끌어야 할 복지부 장관 자리는 계속 비어 있다.

장관 후보자만 놓고 보더라도 새 정부 내각에서 낙마가 세번째 발생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실패론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전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들 중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 다른 정권하고 비교해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이 없더라도 차관 중심으로 주요 현안에 큰 차질 없이 일처리가 이뤄지도록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감염병 전문가는 “앞으로 반복될 감염병과 의료 위기 속에 또다시 안타까운 생명을 잃지 않으려면 인원·시설 확충 등 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수장 자리가 계속 비어 있다”며 “관계부처 간 조율 등 장관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조속히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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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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