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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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지리산 개발 망령이 다시금 부활해 고요하고 거룩한 지리산을 휘젓고 있다. 다름 아닌 산악열차 개발 광풍이다. 이번엔 남원땅이다. 지리산 남쪽 섬진강 하류 풍수 좋은 하동 땅에 생뚱맞은 ‘알프스 산악열차’ 개발 광풍이 불어닥치더니 그 미친 개발 바람이 천왕봉 너머 북쪽 남원땅에도 불어닥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발이 승인돼 곧 지리산 개발 광풍에 따른 대규모 환경 파괴가 발등에 불이 됐다는 점이다.

산꾼들에게 1호 지리산 둘레길로도, 백두대간의 지리산 출발 성지로도 유명한 남원시 주천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지리산 자락 마을에 남원시는 산악열차 개발 계획을 밝혔다. 국비와 시비, 민간투자 등 모두 1250억원을 투입해 전기 열차를 시범 운행하고, 2030년까지 13킬로미터 구간을 운행 계획이란다.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4년 뒤부터 왕복 2개 차로 산악용 전기 열차가 다니게 된다. 이른바 국내 첫 산악열차다.

이번 개발은 산악지역에서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민의 교통 편의를 위해 추진한다는 지나가는 소도 웃을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다. 도대체 국립공원 내 자연 파괴 운송수단을 통해 무슨 경제적, 사회문화적 혜택을 받는다는 말인가. 뒤로는 개발업자의 배를 불리며 앞으로는 혈세낭비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에 불과하다. 가장 우선 내세우는 주민 이동권 보장 명분도 그렇다. 어느 주천면 주민이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정령치를 오르내리며 생활하고 있단 말인가. 정령치는 성삼재와 더불어 지리산국립공원 내 최고 높은 고개이다. 주민들의 생활권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미 지리산 일주도로가 개설돼 자동차로 편히 고개를 넘어갈 수 있고, 꼭대기에는 주차장까지 설치돼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지리산에게 자연을 되돌려주자며 정령치 주차장 폐쇄 캠페인까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차라리 관광용 목적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면 그나마 논리적 모순이라도 없지 제발 막개발사업에 순수한 주민 팔아먹는 작태를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가장 뻔하고 대표적인 메뉴얼인 지역경제활성화도 그렇다. 전기 열차가 상용화될 경우 1610억원의 생산 유발과 1128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뻥튀기된 계산법에 따른 사업 진행을 위한 거짓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산악열차가 설치됐다고 관광객이 급증하거나 지역상권이 활성화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식상한 궤도 열차를 이용할 주민이나 관광객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지자체는 재정난과 운영적자에 빠질 공산이 더 크다.

심지어 남원시가 추진 중인 지리산 산악열차 계획은 법적 타당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남원시는 현재의 정령치도로 위에 레일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행의 법으로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사례 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공원법’도 위반이다. 궤도 설치규정에 따르면 남원시가 추진하는 산악열차는 원천적으로 국립공원 지리산에 건설될 수가 없다. 또한 ‘자연환경보전법’과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도 위반되는 계획이기도하다.

물론, 남원시도 자신들의 산악열차 계획이 현재의 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보고서 말미에, 궤도운송법, 자연공원법, 도로교통법 등의 개정을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70년대 암울한 시절, 어느 독재자의 말처럼 ‘안되면 되게하라’는 무지막지한 개발 망령이 21세기 지방자치단체에 부활해 사고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전 인류가 기후위기에 직면해서, 어떡해서든지 지구와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남원시의 산악열차 계획은, 즉각 중단돼야 하고 백지화돼야 한다. 무분별한 환경파괴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라는 코로나 시대에 100년도 더 지난 낡은 토건사업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일임을 자각해야 한다. 

남원시가 지리산 산악열차 계획의 모델로 삼는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열차는 1898년 건설된 것으로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환경파괴를 이유로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산악열차의 신규 건설도 중단된 지 이미 오래다. 그리고 지리산은 알프스보다 훨씬 더 좋고 멋있는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생뚱맞은 알프스를 벤치마킹할 이유가 없다. 알프스는 그냥 스위스에 두고 남원은 지리산 자락에 터 잡고 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잘 가꾸고 보존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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