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SK 코인 들고 재등장한 다단계 메카 선릉역 맹주… 김정준 GBC 회장 “휴대폰에서 금 나온다”
폰지사기로 지난해 12월 출금 막힌 후 6개월만에 재등장 “휴대폰에 탑재한 코인 채굴기” 1대당 420만원 판매 사업 마케팅은 롤업수당 10대까지 지급하는 등 다단계 방식 전문가 “BSK는 스캠코인… 당국 등록된 코인만 거래해야”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채굴장을 만들어 여기서 코인이 채굴되는데 실감이 안 오잖아요. 그래서 뭘로 상상하라고 그랬어요? 금! 금이 내 휴대폰에서 막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모 건물 사무실. ‘제2의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영농조합’이라 불리는 GBC인터내셔널(삼익영농조합)의 김정준 회장은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고령층 약 40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업 설명 도중 “가상화폐 그다음에 이제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런 것(BSK 채굴기)들을 올해에서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목표를 100조로 계획을 잡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단계 메카로 통하는 선릉 바닥에서 25년 동안 불법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는 김 회장이 다시 나타났다. 들고 나온 것은 코인인데, 전문가는 “만드는데 5분 걸리고 비용은 한 4만원 드는 ‘스캠 코인’”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앞서 천지일보는 휴스템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출금이 막힌 폰지 사기(불법 다단계·유사수신) 의혹 삼익영농조합의 피해자 대표 김모씨가 지난달 12일 피해자들에게 “피해액을 보존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김정준 회장을 만나고 왔다”며 미지급된 원금 반환 방안으로 코인 지급을 제안한 김 회장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단독] ‘제2의 휴스템코리아’ GBC인터내셔널 피해자 대표 “코인 변제 가능”… 피해자들 “속임수”). 김 회장은 이날 변제 계획으로 언급된 이 코인에 대한 사업을 설명했다.
그는 회원 수 약 5만명의 피해액이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삼익영농조합 사업의 불법 다단계·유사수신 외에도 해당 사무실을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불법 점거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구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고, 절도·횡령에 대한 수사 중에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 기사: [단독] ‘제2의 휴스템코리아’ GBC인터내셔널 김정준 회장, 업무 방해 혐의 구약식 기소)
◆“금 보증서와 같다는 코인 BSK”
이날 설명회에서 소개한 코인은 BSK였다. BSK는 비트코인의 BST와 SKR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SKR은 안전하게 보관한 증서로, 김 회장은 골드 보증서를 예로 들었다.
마케팅 부분에서는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오프라인 활동보다 사업자(회원)들의 자녀들과 소통해 온라인에서 활성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도전할 가치가 있다며 인프라가 구축되고 향후 결제 시스템을 갖춰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나면 추가 수익이 늘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회원들도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줬다.
김 회장은 “오늘부터는 돈을 두려워하지 말고 노예로 삼아야 된다”며 “(돈에) 명령을 하라. 돈은 필요한 사람한테 가기 때문에 돈 쓰는 사람, 즉 주인은 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많이 (추천) 해달라”며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릴 것을 종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BSK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UC버클리대학 교수와 7명의 학생들이 만들었다. 그는 이 기술의 주체에 대해 바레인의 이서 왕자인데 적통임에도 왕위를 계승해 주고 사업가이자 뱅커로서 일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주최 측에서 은행을 4개 갖고 있고 지분으로도 은행권을 다 갖고 있어 은행과 연동이 돼 앞으로 ATM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BSK 채굴기 사업인데 채굴기를 구매하면 휴대폰에 탑재한 지갑 하나로 BSK 코인 채굴, 현금 서비스, 페이 결제 시스템, 자산 관리 등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또 “세계 최초로 차별성을 뒀고 범용성, 안전성, 확장성을 가진 기술은 다 탑재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회장이 소개한 교육위원회 임원이라는 홍모 강사가 설명한 보상 계획과 업체 측에서 올린 자료에 따르면 채굴기 구매 비용은 최대 3000달러(약 420만원)에서 최소 300달러(약 36만원)로 4가지였다. 홍 강사는 BSK가 지난달 27일 2만원에 상장이 됐고 15일쯤 5만원선을 예상하고 있다며 그때 지갑이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보상 계획에서는 해시율(코인 채굴 위한 컴퓨터 연산력 총합)에 따라 월 9%의 코인이, 복권 시스템으로 가동돼 추가 지급되는 코인이 각각 매일 지갑 내 에어드랍(무상 지급)된다고 했다. 홍 강사는 “(복권 시스템으로) 하루에도 1억원이 될 수도 있고 몇백만원의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밤에도 인생이 역전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케팅 보상은 다단계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명에 따르면 채굴기 하나당 420만원 기준으로 자신이 소개한 회원이 채굴기 하나를 구입하면 50%인 약 200만원치 코인이 즉시 지급된다. 게다가 채굴기에 나오는 10%를 롤업 수당으로 1대부터 10대까지 받을 수 있다. 홍 강사는 예를 들어 자신 밑에 1만명 정도 있을 때 하루에 150만원 이상 계속 수당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회원을 모집하지 않아도 채굴기 1대당 평생 연금처럼 한 달에 45만원 정도 나온다고 했다. 홍 강사는 “누구 소개를 한 번도 안 해도 채굴기를 1대를 사든 10대를 사든 사서 집에만 계셔도 들어오는 수입”이라며 “사람 소개 못 하는 분들 필히 (구매)해야 된다”고 홍보했다.
◆ “BSK는 사기 치려고 만든 코인”
전문가는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가상자산의 매매나 교환 등을 하려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일정 조건을 갖추고 신고한 등록된 업체만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금융사기근절실천운동센터(대표 예자선 변호사)는 김 회장이 설명한 BSK 코인에 대해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했다면서 메인넷을 바이낸스를 사용해 찍어낸 코인도 아닌 토큰”이라며 “바이낸스는 이더리움 기반의 메인넷으로 발행 수수료가 이더리움보다 저렴해 스캠 코인들이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홀더 수가 4명에 불과하고 24일 전에 찍어낸 토큰”이라며 “홈페이지 맨 하단 커뮤니티 링크들이 모두 막혀있는 것을 보니 보통 코인 프로젝트들은 커뮤니티를 어떻게든 만들고 홍보하는 것과 정반대이다. 딱 사기 치려고 만든 코인이다. 백서는 읽어볼 것도 없이 어디서 베끼거나 돈 주고 작문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코인 사기는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코인 투자는 FIU에 등록된 거래소에서만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지일보는 BSK 코인에 대한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