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여야 협치로 규제를 개혁하자

2022-06-21     천지일보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윤석열 정부가 규제혁신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최고결정기구인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신설된다. 중요 ‘덩어리 규제’는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규제심판제도’를 도입해 기업 등 규제를 받는 피규제자 입장에서 기존 규제를 개선·폐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규제개혁에 뜻이 있는 퇴직 공무원을 활용한 ‘규제혁신추진단’도 구성된다. 규제혁신추진단은 단일 부처가 추진하기 어려운 덩어리 규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효과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는 조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추진단은 퇴직 공무원 150명과 연구원·경제단체 50명 등 200명 규모로 구성된다.

윤 대통령은 규제를 ‘모래주머니’에 비유하며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규제개혁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고 언급했다. 한덕수 총리도 규제를 당하는 피규제자와 현장의 입장에서 규제를 바라보고 개선하는 ‘규제심판제도’ 도입 계획도 밝혔다. 또한 한 총리는 경제활동과 일자리 관련 모든 규제에 3년의 재검토 기한을 설정하고, 재검토 기한이 도래하면 규제영향분석을 통해 불합리한 규제를 폐지·개선하는 등 사후관리 계획도 발표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앞장서 규제개혁을 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마다 규제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대부분의 규제는 이익단체나 정부부처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고 하나의 규제를 없애면 두 개가 더 늘어나는 폐단이 반복되고 있다. 모든 규제는 이유가 있고 규제혁신으로 인한 부작용은 가시적이고 단시간에 확실히 나타나며 피해자가 구체적이며 현존하고 결집력이 강하다. 반면 규제 혁신의 효과는 미래지향적이며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고 파급 효과가 크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하며 수혜자가 다수이기는 하나 결집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문명사적으로도 규제 탓에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은 산업 주도권을 독일·미국 등에 넘겼고 국운도 기울었다.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 시대가 열렸으나 기계가 직물공장의 노동자들을 대체하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영국에서 직물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1860년대 영국에서 증기자동차가 등장으로 종합제조업인 마차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영국 정부는 일자리와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기조례(赤旗條例: Red Flag Act)’를 제정했다. 한 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사,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차를 인도하도록 했다.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외 6.4km/h, 시내에서는 3.2km/h로 제한했었다.

최근 한미정상회담 이후 삼성 등 대기업이 막대한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 투자가 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소득 수준 향상, 내수 확대, 세수 증대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의 국내 투자가 역동적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 혁신으로 화답해야 가능하다.

규제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수시로 개최, 추진계획과 실적을 지속 점검하고 독려해야 한다. 또한 과감한 규제개혁을 한 공무원에게 승진과 보수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규제전략회의에서 결정된 규제완화로 사후 부작용이 있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담당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많은 경우 규제개혁안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 협치를 해야만 가능하다. 한 총리가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여당이 힘을 합쳐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과 노동계, 시민단체들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