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5%대까지 근접…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수준

2022-05-03     김현진
전북 정읍시전통시장 모습 (제공: 정읍시) ⓒ천지일보 2022.4.14

4.8%↑, 2개월 연속 4%대

생활물가도 5.7%나 올라

석유류, 전기·가스요금 오름세 확대

작년 10월부터 7개월째 3% 이상

약 10년 만에 최장기간 3%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까지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한 지난달 4.1%에 이어 2개월 연속 4%대며 5% 아래까지 근접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가 전기요금 인상,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물가가 점점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3월까지 1%대에 머물다가 4월(2.3%)부터 가파르게 올라 5월(2.6%), 6월(2.4%), 7월(2.6%), 8월(2.6%), 9월(2.5%) 등으로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더니 10월에는 3.2%로 9년 8개월 만에 3%대로 뛰었다. 이후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째 3%를 기록하다가 결국 3월에는 4%대(4.1%)를 돌파했다.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하게 됐는데, 이는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에 나타난 최장기간 3%대 상승률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1%까지 올라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3% 돌파와 함께 최고수준이 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2월부터 2.7%에서 0.2%포인트씩 올라 2개월 만에 3.1%까지 오른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의 모습 ⓒ천지일보DB

지난달 물가 상승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가 견인했다. 상품 물가를 보면 석유류(34.4%)와 가공식품(7.2%)을 비롯한 공업제품이 7.8% 올랐다. 공업제품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2.70%포인트에 달했다.

지난달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6.8% 올랐다. 전기료 물가 상승률은 11.0%였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 서비스가 4.5%, 공공서비스가 0.7%, 집세가 2.0% 오르면서 3.2% 올랐다. 개인 서비스 가운데 외식은 6.6% 올라 1998년 4월(7.0%) 이후 최고였던 지난달과 같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올랐다.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5.7%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고유가 대책의 하나로 20% 인하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적용했고, 원래 지난달 30일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오는 7월 31일까지로 3개월 연장하고 인하 폭도 역대 최고수준인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치솟고 있는 물가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가격이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상승 폭은 전월보다 0.7%포인트 확대됐는데 석유류, 전기·가스요금 오름세가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도시가스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천지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