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 주인 찾기 나선 쌍용차… 인수자 없으면 청산 위기

2022-03-28     정다준 기자
쌍용자동차 매각. (출처: 쌍용자동차,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2.12

쌍용차-에디슨 M&A 불발

에디슨모터스, 인수대금 미납

쌍용차, 계약해제 후 재매각

“지난해보다 매각 여건 개선”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쌍용자동차가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지난 1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M&A 투자계약을 체결했지만 에디슨모터스 측의 인수대금 미납으로 계약이 ‘자동해제’된 것이다.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의 매출 규모 차이로 이번 M&A는 ‘새우가 고래를 품는 격’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결국 우려가 제기됐던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능력 부족으로 M&A가 무산됐다.

쌍용차는 28일 “당사는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2022년 1월 10일 M&A 투자계약을 체결했으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관계인 집회(4월 1일) 기일로부터 5영업일 전까지인 지난 25일 예치해야 할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아니했고 M&A 투자계약에 의거해 자동해제 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에디슨모터스 측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유감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법원에 ‘계약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내고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방침이다.

에디슨모터스는 같은 날 공시를 통해 “당사가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쌍용차의) 본 계약 해제에 대한 ‘계약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 M&A 투자계약에 따라 지난 18일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관계인집회 기일 변경을 요청했으나 25일 기일 변경 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이에 당사가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본 공시 제출일(28일)에 법무법인을 통해 회생법원에 관계인집회 기일변경신청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원점으로

쌍용차는 다시 한번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게 됐다. 달리 말하면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청산될 경우 400여개에 달하는 쌍용차 협력사들의 줄파산도 우려된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 제작소로 출범한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 2010년 인도 마힌드라에 매각됐다. 이후 2020년 6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배권에서 손을 떼면서 그해 6월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이후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투자에 관심을 보여 청신호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투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경영난이 심각해진 쌍용차는 지난해 4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M&A를 추진해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M&A를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돼 원점으로 돌아왔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제공: 쌍용자동차) ⓒ천지일보 2022.1.10

◆향후 시나리오는?

쌍용차는 향후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M&A를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에 따르면 공개입찰로 M&A를 진행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을 진행하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새 주인 찾기는 험로가 예상된다. 작년 입찰 공고 당시 쌍용차에 인수의향서를 보낸 업체와 사모펀드 등은 총 11곳에 달했지만, 본입찰에는 카디널 원 모터스(HAAH오토모티브 새 법인) 컨소시엄, 인디EV,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3곳만 참여했다. 3곳 중에서도 2곳은 자금 조달 계획의 구체성 부족 등을 이유로 입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 쌍용차가 재매각을 하더라도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재매각 여건이 지난해 6월 M&A 절차 당시보다는 개선됐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쌍용차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고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해 법 상 허용되는 기한 내 새로운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여건 개선과 관련해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J100’ 개발 완료 및 6월 말 출시 ▲친환경차 ‘U100’ 내년 하반기 출시 ▲2023년부터 연 3만대 규모 수출 물량 확보 등을 들었다.

쌍용차는 “미 출고 물량이 약 1만 3000대에 이르고 있다”며 “반도체 등 부품수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회사운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 관리인은 “이러한 경영여건 개선이 회사의 미래가치를 증대시켜 보다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단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