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n] 고졸신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낙점… ‘디지털 전환’ 등 과제 산적
사모펀드·채용비리 재판
금융지주 간 경쟁력 강화
김정태→함영주 체제 전환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함영주 부회장이 내정됐다. 지난달 28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군 안에 포함한 뒤 열흘 만이다.
최종 단독후보가 된 함 내정자는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 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하나금융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일각에선 오는 16일과 25일 진행되는 두 건의 재판 판결을 앞두고 있음에도 섣불리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내에선 이달 예정된 두 건의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주주들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나금융 회추위는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이는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함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충남 논산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이듬해 단국대 회계학과에 진학해 일과 학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 부행장보, 하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하나금융지주 ESG부회장 등을 역임해 왔다.
회추위는 함 부회장이 은행장과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점과 그룹의 ESG 총괄 부회장으로서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함 부회장이 최종 회장직에 오르기 위해선 3가지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먼저 이달 진행되는 두 건의 재판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는 16일에는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함 부회장 간 행정소송 판결이, 25일에는 채용 비리 관련 재판이 진행된다.
이 재판에서 함 부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주총과 이사회 통과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 내에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채용 관련 재판)의 사례를 들어 함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 해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함 부회장이 회장이 되더라도 금융시장 내 하나금융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지난해 4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KB금융과 신한금융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동시에 시장 내로 침범한 빅테크의 영향력도 견제해야 한다.
일각에선 함 부회장이 회장에 오른 이후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현 경영진이 함 부회장에 우호적인 인사로 구축돼있다는 점에서 이를 완전히 교체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는 함 부회장 차기 회장 내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간담회 이후 “하나금융 회추위에서 다 고려를 해서 결정하지 않았겠냐”며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