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대상 된 ‘저가아파트’… 이상거래 570건 적발
국토부, 공시가 1억 이하 조사
미성년자 12채 매수한 사례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국토교통부가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저가아파트)’를 집중 매수한 사례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실거래 기획조사 결과, 570건의 이상거래가 적발됐고, 투기수요로 인해 집값이 오르는 등 병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9만여건 중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 검토해 이상 거래 1808건을 선별, 이 중 위법의심거래 570건을 적발했다.
국토부는 “최근 법인·외지인이 취득세 중과를 피하는 등 세제혜택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저가아파트를 매집하는 행태가 포착됐다”며 “시장에 유입된 투기수요와 시장교란행위를 적발해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거래 현황을 보면 거래 중 법인·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7월 이후 지속해서 증가(29.6%→51.4%)했으며,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수가격은 1억 233만원이었다.
저가아파트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의 비율은 29.8%, 임대보증금 승계금액의 비율은 59.9%로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보다 자기자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임대보증금은 2배 이상 높았다.
조사 기간(15개월) 내 법인·외지인이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는 6407건으로,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원이었다. 이는 전체 저가아파트 거래의 평균차익 1446만원보다 20.7% 높은 수준이다.
또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 평균 보유기간은 129일(약 4개월)에 불과했으며, 매도 상대방은 현지인(40.7%)이 가장 많았다.
국토부는 “일부 법인·외지인이 저가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래가액 중 임대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전세’의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위법의심거래로 적발된 사례에는 미성년자가 갭투기로 아파트 12채를 매수하거나 가족의 아파트 32채를 대금 수수도 없이 법인으로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 등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미성년자가 부친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갭투기로 아파트 12채를 매수한 일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임대보증금 계승 방식으로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점 등 편법 증여가 의심돼 국세청에 신고했고, 추후 탈세 혐의가 드러날 경우 국세청에서 탈루세액 추징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과 배우자, 형의 아파트 32채를 대금 수수도 없이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의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도 적발됐다. 해당 건은 대금 수수가 없어 법인이 납부해야 할 취득세를 본인이 부담하는 등 법인 명의신탁이 의심되고, 32채를 단기간에 전부 매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법인이 ‘갭투기’로 아파트 33채를 매수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전부 법인 대표에게서 조달한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는 임대보증금 등 필요 자금을 모두 개인이 조달했는데, 이 경우도 탈세가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조사를 통해 적발된 570건은 경찰청·국세청·금융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돼 향후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법인의 다주택 매수, 갭투기, 미성년자 매수 및 가족 간 직거래 등에 대한 후속 기획조사도 강도 높게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