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간소화된 설 상차림… 어떻게 차려야 올바른 상차림일까

2022-01-31     김누리 기자
차례상 차림은 지역이나 가문마다 조금씩 다르나, 본 진설도는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좌포우혜(左脯右醯: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조율이시(棗栗梨枾: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원칙을 따른 것이다.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오늘(31일)부터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세배·차례 문화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 가족이 모여 오랜 시간 상차림 준비가 이뤄졌던 풍습은 근래에 들어 모이지 않는 가족이 늘고 가정마다 음식이나 방법이 간소화되는 등 많이 달라졌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많은 업체에서도 설음식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마련하거나 혼자 명절을 보내는 1인 가구를 위한 상품들이 마련됐다.

특히 올해 설에는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면서 차례 음식을 대폭 간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고향에서 차레를 지내지 못하더라도 명절의 꽃인 상차림에 대해 알아보면서 설을 보람차게 지내는 것은 어떨까.

제사상은 제사를 모실 때 차리는 상이다. 특히 설 차례는 조상에게 세배한다는 의미에서 ‘정조다례’라고도 하고 떡국을 올렸다 해 ‘떡국차례’라고도 한다.

국립민속박물에 따르면 상차림의 기본은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좌포우혜(左脯右醯: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조율이시(棗栗梨枾: 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원칙을 따라 기제사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가 다르다.

적(炙, 불에 굽거나 찐 것)은 고기와 생선 및 닭을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미리 올리며 제상은 방위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리며, 신위(神位, 조상의 영혼이 의지할 곳)를 모실 위치에 병풍을 치고 그 앞에 제상을 놓는다.

차례상은 대개 다섯 열로 음식을 놓는데 1열은 신위를 모신 맨 앞줄로 수저, 술잔, 흰고을떡, 떡국 등을 놓는다. 2열에는 전(煎)과 적(炙)을 올린다. 전은 대개 왼쪽부터 육적(구운 고기), 소전(두부 채소 부친 것), 어적(생선 구운 것)의 순서로 올리며 생선머리는 동쪽을 향하게 한다

3열은 탕(湯)을 2열과 같은 순서(육탕→소탕→어탕)로 놓으며 4열에는 말린 포, 나물, 간장, 나박김치, 식혜 등이 올라온다. 좌포우혜에 따라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둔다.

5열에는 조율이시에 따라 과일을 올린다. 보통 설 차례상에는 대추, 밤, 배, 곶감, 사과 등을 올리는데 배와 감을 바꾸기도 하며 그 외에 과일은 홍동백서(紅東白西, 제사상을 차릴 때 신위를 기준으로 붉은 과일 동쪽에 흰 과일 서쪽에 놓는 일)에 따라 올리거나 특별한 순서가 없다. 한과나 약과는 오른쪽에 올린다.

차례상에 금하는 음식도 있다. 갈치나 삼치처럼 ‘~치’로 끝나는 생선이나 이면수와 메기처럼 길고 비늘이 없는 생선은 귀신을 쫓는다고 알려져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복숭아와 같이 털 있는 과일도 금하며 떡의 경우 붉은 팥이 아닌 흰 고물이 있는 것으로 올린다. 고춧가루나 마늘 양념을 한 음식도 올리지 않는다.

다만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차례상에 음식을 많이 올리지 않는 것이 외려 전통을 따르는 것이며 예법을 지키려면 다섯 가지 음식 정도만 올려야 한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의 차례상을 보면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만 올린다. 과일은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쟁반에 담는다. 술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 것이 법도에 맞는 절차다.

제례 문화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음식을 차리고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며 차 같은 간단한 음식만 올려 차례라고 한다. 이같은 이유로 설날과 추석에 치르는 의식을 제사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원래는 간소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점차 늘어난 것”이라며 “술, 떡국, 과일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음식은 사정에 맞춰 조절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