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개신교단체들, 박근혜 사면 개탄… “文, 세월호 유족 눈물 외면”
“크리스마스이브에 朴 사면, 최악의 선물
촛불로 당선된 文에 뒤통수 맞은 듯 어질”
[천지일보=김민희 수습기자] “버림받은 애절한 목소리가 지금 세월호 가족들의 가슴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은 모릅니까? 하나님, 어찌하여 이들을 버립니까? 어찌하여 이들을 이렇게 찢어버립니까? 어찌하여 이들을 이렇게 짓밟아버립니까?”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은 영하 11도의 날씨에도 그리스도인들의 부르짖음으로 뜨거웠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색 외투를 입은 이들 위에는 눈송이가 흩날렸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특별 사면이 결정되자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등 진보성향의 단체들로 이뤄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은 이날 ‘박근혜 사면을 규탄하는 그리스도인 정오 기도회’를 열고 문 정부를 이같이 규탄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 모임의 김지애씨는 “하나님, 어느덧 2021년이 끝나가고 2022년을 기다리는 이때에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을 가진 박 전 대통령을, 수천 명의 시민이 함께 구속시킨 그 사람을 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으로 사면시켰습니다”고 개탄했다.
이날 기도회엔 세월호 유족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의 최순화씨는 “촛불 혁명으로 자리에 오른 문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이렇게 뒤통수를 세게 칠 줄 몰랐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최씨는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촛불 하나의 권한 즉 수천만 분의 일밖에 갖고 있지 않다”면서 “수천만 촛불 시민의 권한을 마음대로 남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주제로 설교한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 방인성 목사는 “오늘 시편 22편에 읽은 말씀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가실 때 했던 말씀”이라며 “아무런 죄가 없었던 청년 예수가,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였던 예수가 그렇게 버림받아가면서 울부짖었던 그 울부짖음이 이 자리에 있었단 사실을 기억해야한다”고 부르짖었다.
방 목사는 “박 전 대통령은 억울하다는 얘기는 하고 책은 썼어도 아직도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며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로서 유족들의 눈물과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한국 개신교회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좋아한다면 교회가 아니다. 만일 그런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면 거기엔 구원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김희룡 상임대표는 “성경에서는 살아있는 예언자를 죽이고 자기들이 죽인 예언자의 무덤을 화려하게 꾸며서 자기들의 죄를 덮으려는 이스라엘 백성의 기만성에 대해 지적했다”며 “아무런 진상 규명 없이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함으로써 진실을 다시 한 번 저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밀어 넣은 문 대통령과 문 정부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 개신교계에서는 찬반 시위를 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엔 보수 성향의 단체인 우리공화당이 ‘박 전 대통령 쾌유기원 및 명예회복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복권을 진정으로 축하한다”며 “이번 결정은 우리 정의와 진실의 승리”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롯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 이석기 전 의원 가석방 등을 단행한 바 있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이던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이유로 이 같은 사면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