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린 돈 여전히 사상 최대… 재난지원금 등으로 예적금 22.6조 증가
주식시장서 인출해서 예·적금으로 이동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에도 시중에 풀린 돈이 한 달새 35조원 넘게 급증하는 등 유동성 잔치가 지속됐다. 전년동월대비로는 전달보다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두 자릿 수 증가세를 지속하며 통화량이 사상 최대치를 재차 경신했다. 특히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예·적금이 늘어나면서 10월 통화량이 38조원이나 불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0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10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550조 6천억원으로 전월대비 38조원(1.1%) 증가했다. 전월(17조 4천억원)에 비해서도 증가폭이 확대됐다.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12.4% 증가해 전월(12.8%) 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3천조원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10월 통화량은 가계는 증가한 반면 기업은 감소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1719조 5천억원으로 전월대비 18조 3천억원 늘어 1.1% 증가했다.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되자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인출하면서 예탁금이 1조 6천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화량의 증가배경으로는 재난지원금 지급효과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면서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10월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2조 4천억원 늘어 전월(4조 7천억원) 보다 증가세는 축소됐다.
기업 부문의 통화량은 1042조 5천억원으로 전월대비 8천억원(-0.1%) 줄면서 2019년 5월 감소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기업 대출은 전월에 이어 증가세를 지속했으나 부가가치세 납부, 해외기업 인수 등 해외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다.
기타 금융기관의 통화량은 581조 6천억원으로 10조 4천억원(1.8%) 늘면서 1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이는 국고여유자금의 예치규모 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11조 4천억원 증가했고 정기예적금, 금융채 등도 각 11조 2천억원, 3조 6천억원 늘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은 1345조원으로 전월대비 5조 4천억원(1.2%) 늘어 M2 증가율과 비슷하게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18% 늘어 지난 2월(26.0%) 이후 9개월 연속 증가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