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작심발언에 커지는 국민의힘 내홍

2021-12-03     원민음 기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이준석 “당 대표는 후보 부하 아냐”

‘윤핵관’에 불쾌감 여과없이 드러내

“모욕적 언사 나오면 지적할 것”

당에선 선대위 발족 앞두고 우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당대표 패싱’ 논란이 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는 대통령 후보 부하가 아니다”라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별다른 대응책을 보이지 않고 있어 국민의힘 내홍이 커지는 모양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당대표는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같이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고 만약 지금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이 당을 수직적으로 관리했다면 그걸 깨는 것 자체가 후보의 신선함을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추정되는 당 내부 인물에 대한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윤핵관이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홍보비야말로 국민의 세금이다. 저는 전당대회 선거를 치를 때도 후원금 받은 걸 다 쓰지 않고 불필요한 문자 보내지 않고 아껴서 당에다 후원금을 냈다”고 답했다.

또 ‘윤핵관이 누구인 것 같냐’는 질문에 “후보가 잘 알 것이다. 언론에 부연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자체적으로 안에서 해결할 방법들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런 모욕적인 언사가 계속 나오면 제가 구체적으로 지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의로 일하려는 사람은 악의를 씌우고, 본인들은 익명으로 숨어서 장난을 치고 그게 후보의 권위를 빌어서 호가호위하는 것”이라며 “저는 그런 실패한 대통령 후보, 실패한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5

이러한 발언은 이 대표가 윤핵관으로 불리는 당 내부 인물에 대한 윤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태가 쉽사리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조기 복귀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고 윤 후보도 이 대표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전날 서울 중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간담회 후 “(이 대표 복귀를) 무리하게 압박할 생각은 없었다”며 “본인도 어느 정도 리프레시(재충전)를 했으면”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 내에선 이러한 내홍이 오는 6일에 공식 출범할 선대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컨벤션 효과가 떨어지며 하락세에 접어든 ‘윤석열 호’의 지지율이 계속 되는 내홍으로 추락할 수 있어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들과 오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경식 상임고문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두 사람 때문에 우리 당이 여러 가지로 상처를 입고 있다”면서도 “두 사람을 윤 후보가 끌어안고 같이 나가지 못하면 잃어버리는 표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고문은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가 묵고 있다는 곳을 찾아가서 같이 서울로 끌고 올라오면 아마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선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후보는 홍준표 의원과 회동을 가진 뒤 이준석 대표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 행을 결심했다. 홍 의원은 만남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를 도울 수는 없다. 그러나 윤 후보를 도와주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니 (선대위 합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우선 이 대표와 푸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누구의 책임인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대표를 6일 전까지 어떻게든 데려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선대위 내에서도 이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