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尹후보의 의리 돋보이는 김 전 위원장 모시기?

2021-11-28     천지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그간 여러 차례 회동에도 국민의힘 선대위 인적 구성이 완전 종결되지 않았다. 무려 3주 동안 윤 후보가 인내하면서 김 위원장의 협력을 청했던바, “확신이 안 선다” “처음부터 잘 꾸려야지 나중에는 문제가 따른다”며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서 차일피일하다가 이제는 바깥에서 도움 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4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회동했을 때 윤 후보가 그간 제안했던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직과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아직은 거기에 대해 확정적인 이야기는 안 했다.… 후보와 특별한 이견이 생겨서 하는 것이 아니고, 선대위가 제대로 기능을 가져가려면 선대위 운영 과정에서 쓸데없는 잡음이 생기면 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 것”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대위를 조속히 꾸려 대선 승리를 해야 하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다르다. 마냥 기다릴 수 없고, 대선 시계의 일정상 더는 김 전 위원장의 답을 기다릴 수 없는 시한적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한시가 급한 국민의힘 선대위가 한 사람으로 인해 계속 난항을 겪는 상황이 됐는데, 국민의힘에서 볼 때 공당이 한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여서 당내 불만이 많다. 하지만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그동안 킹메이커로서 정치적 혜안과 노련함을 잘 알고 있는지라 노정치인의 체면 세우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인내했고, 당에서도 이 상황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어정쩡한 꼴이 되고 말았다.

지난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한 달이 가까워져 온다. 지금쯤이면 선대위가 구성되고 당 선거정책이나 윤 후보의 상대당에 대한 비교우위의 공약들이 국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 시점이 돼야 함에도 국민의힘에서는 김 전 위원장과의 선대위 구성 문제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금쪽같은 시간을 출발점 위에서 멈춰 서 있다보니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함흥차사 같은 일에만 매달릴 수 없는 형편이 됐던 것이다.

또한 이준석 대표도 ‘플랜B’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니 “김병준 전 위원장 등이 선대위를 이끌 수 있다”고 공식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하지만 이 대표의 플랜B가 가동될 경우 대안 중 하나인 김병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도 대선 전략상과 후보 총괄 지원에 하등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견제해왔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학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사회부총리를 지낸 능력이 출중한 인물이다. 이처럼 당내 선대위 인물도 출중한 상태에서 만 81세가 넘은 노정치인에 대한 윤 후보와 국민의힘 구애가 뜨거운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