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n] 은행의 ‘도 넘은 마케팅’?… 마이데이터 경쟁에 고객정보 사고 우려

2021-11-24     김누리 기자
 

마이데이터란?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금융데이터의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으로 정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금융사나 통신사, 병원 등 여러 기관에 분산된 개인의 정보를 모아 제3의 서비스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이기에, 전산시스템이 미흡할 경우 소비자의 정보 유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다음 달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지난 2019년 오픈뱅킹을 시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이데이터 사업 선점을 두고 은행권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은행이 규정의 구멍을 이용해 5000만~7000만원 가량의 자동차를 상품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를 집중관리하는 서비스’인 마이데이터에 대한 과열 경쟁으로 되려 고객정보가 보호되지 못하는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전예약 마케팅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은 경품기준을 다시 손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마이데이터 마케팅과 관련해 일부 시중은행에 주의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마이데이터 마케팅에 대해 지적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은 오는 12월 1일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가입자 유치전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전예약에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연 4.1%의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가입 혜택을 준다. NH농협은행은 이벤트를 통해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은 총 2만 5000명에게 5000원 상품권을 증정하고, 연말까지 다른 금융기관의 마이데이터를 1개 이상 연결하면 추첨을 통해 최신 스마트폰을 100명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몇몇 은행은 금융당국이 과도한 경품행사를 지양하도록 명문화했음에도 추첨의 방식을 이용, 제공금액을 뛰어넘는 경품을 제공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 근거한 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의 행위규칙에 따르면 3만원을 초과하는 경품을 내걸 수 없다. 다만 추첨 등의 방식을 쓸 경우 평균 제공금액이 3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우리은행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1.11.24

이러한 규정의 구멍을 이용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제네시스 자동차를 내건 마이데이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많이 몰리면 평균 제공금액이 맞춰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국민은행은 지난 13일부터 ‘KB마이데이터 숨은 내 돈 찾기’ 서비스를 예약한 고객에게 제네시스 GV70 경품 추첨에 응모할 기회를 준다. 우선 예약을 한 뒤 최대 신세계이마트 5만원 상품권 등의 경품을 받은 후 다음 달 1일부터 7일까지 KB마이데이터 전송요구에 동의하면 된다.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은 다음 달 KB마이데이터 오픈 이벤트에 중복으로 참여해 제네시스 GV80 추첨에 추가로 응모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벤트 베너에 ‘#GV70이 두 대(추첨)’ ‘#GV80도 두 대(추첨)’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이벤트 경품으로 증정되는 GV70은 4791만~5724만원, GV80은 6136만~7056만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 마이데이터 사전예약 이벤트를 시작했다. 추첨을 통해 ‘제네시스 GV60’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영업점을 통해 고객 유치 현장 영업도 강화했다.

마이데이터 과당경쟁에 은행권 내에선 오픈뱅킹 시행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은행마다 플랫폼 전환, 디지털 전환을 꾀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점해야 플랫폼 경쟁력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보는 동시에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대규모 선물 공세에 금융당국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인 만큼 과당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법령을 직접적으로 어긴 것이 아니기에 ‘주의’ 조치 외에는 어떠한 제재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오해 소지가 없도록 평균 제공금액에 대한 구체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 방침을 결정하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