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불어나는 가계 빚 1845조원, 또 ‘사상최대’… 주택매매·전세 수요 때문
주택담보대출 21조 증가
2분기보다 증가폭 더 커져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우리나라 가계 빚이 3분기에만 약 37조원 늘어 1845조원까지 불어나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인해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다소 줄었을 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 9천억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경제 규모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 등과 함께 가계신용 규모는 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증가 속도가 특히 빨라졌다.
3분기 말 가계신용은 2분기 말(1808조 2천억원)보다 36조 7천억원(2.0%) 늘었다. 증가액은 직전 2분기(43조 5천억원)보다 6조 8천억원이 줄었지만, 1분기(36조 7천억원)와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
작년 3분기 말(1681조 8천억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 새 163조 1천억원(9.7%) 불었다. 작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2분기(170조9천억원)보다 작지만, 1분기(153조 2천억원)보단 더 커졌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3분기 말 현재 잔액은 1744조 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으로, 2분기 말(1707조 7천억원)보다 37조원(2.2%)이 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69조원)은 2분기보다 20조 8천억원이 불었다. 증가 폭은 2분기(17조 3천억원)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75조 7천억원)의 증가액(16조 2천억원)은 2분기(23조 8천억원)와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
기관별 가계대출 증가액(2분기 대비)은 예금은행에서 21조 1천억원, 상호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8조 2천억원, 보험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7조 7천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예금은행에서는 증가폭이 2분기 12조 4천억원에서 21조 1천억원으로 상당폭 커졌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9조 1천억원→8조 2천억원)과 기타금융기관(19조 6천억원→7조 7천억원)에서는 감소했다.
3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100조 2천억원으로,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직전 분기보다 2천억원 줄었다. 이는 3분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서비스 등에서 소비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