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이 케이크가 되기까지… K-아이스크림 케이크 열풍

2021-11-23     황해연 기자

 

아이스크림 케이크 탄생 스토리 이미지. (제공: 배스킨라빈스)

빅토리아 시대 ‘봉브’ 아이스크림 케이크 시초로 알려져

12년 전부터 K-아이스크림 케이크 열풍을 일으킨 ‘한국’

최근 먹는 것뿐 아니라 오감만족 시킬 아이스크림 잇따라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등에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언급량 200만건을 분석해 보면 연관어로 ‘집’ ‘크리스마스이브’ ‘연말’ ‘코로나’ 등이 가장 많았다.

그중 음식 관련 연관어 중 가장 높은 순위가 ‘케이크’였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케이크’다. 그런데 언제부터 한국에서는 추운 크리스마스에 차가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찾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얼죽아’ 트렌드 등의 영향으로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 메뉴만 먹는 매니아들이 넘쳐나며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언제부터 요즘 우리가 즐기는 형태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게 됐는지 알아보자.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 빅토리아 시대, 하나의 레시피로 인정받아

식품 역사가들은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1600년대에 발명돼 다음 세기에 인기를 얻었으며 1870년대 아이스크림 케이크 레시피가 발견됐다’고 믿는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섞어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트리플이라고 불리던 케이크와 크림 및 쿠키가 섞어 만들어진 먹거리에서 유래됐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 탄생된 것이다. 1870년대 아이스크림 케이크 요리법이 발견됐는데 이게 바로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시초인 봉브(bombes)다.

제빵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한 빅토리아 시대에는 빵에 여러 가지를 섞어 먹기 시작했고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발달시켜 역사적으로 하나의 레시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봉브는 프랑스어로 포탄 모양의 틀에 채워져 만들어진 빙과로 아이스크림에 여러 가지 필링으로 채워져 얼려진 것이라 맛이 다양하고 질감은 풍부한 편이다.

인크레더블 케이크. (제공: 배스킨라빈스)

◆봉브에서 케이크로의 변화… ‘인크레더블 케이크’ 탄생

그럼 봉브와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차이점은? 바로 크림의 양과 제조 방식이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레시피들을 살펴보면 빵 부분의 2~3배 정도를 크림으로 도포하기를 권한다. 나무나 유리로 된 틀에 빵과 크림, 과일이 쌓아 올려져 내부에 층이 만들어진 다층구조 케이크인 봉브에 과일은 빠지고 크림 사용량이 늘어나 냉동과정이 거쳐진 것을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단순히 케이크에 다량의 크림이 사용되는 것을 지칭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처럼 다양한 맛, 독특한 디자인으로 전체가 아이스크림 덩어리인 케이크로 알려지게 된 것은 배스킨라빈스에서 생산된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중심에 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미국 배스킨라빈스가 자국 시장에서 판매하던 제품이었지만 국내는 한국 배스킨라빈스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되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점포에서 만들어져 데코레이션이 거칠고 세련미가 없으며 종이 포장이라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았다.

이에 국내 소비자 기호에 맞는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자체 개발됐다. 비알코리아는 제품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드디어 1997년 케이크 옆면에 초콜릿이 흘러내리는 ‘인크레더블 케이크’를 개발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했다. 이 제품이 화제가 돼 아이스크림으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 결과 아이스크림 케이크 판매가 이전 대비 150% 성장했으며 이후 판매량이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배스킨라빈스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는 이미지. (제공: 배스킨라빈스)

◆한국 최초 아이스크림 케이크 ‘워터컷’ 기술로 최단기간 최다판매량 기록

지금은 흔한 조각 케이크 형태의 아이스크림 케이크지만 실은 지난 2011년 높은 수압으로 아이스크림을 잘라 다양한 모양의 케이크를 연출할 수 있는 ‘워터컷’ 기술로 인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영하 20도에서 생산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특성상 커팅 시 칼날이 휘거나 아이스크림이 칼날에 묻어 깔끔하게 커팅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해결돼 녹지 않고 일정한 크기 조각으로 자르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기술로 완성된 ‘와츄원 케이크’는 출시 한 달 만에 30만개가 팔렸으며 이는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 신개념 아이스크림 케이크다.

◆K-아이스크림 케이크 열풍… 최근 놀이 개념까지 접목

12년 전 처음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된 아이스크림 케이크 3종류, 9600개가 미국 배스킨라빈스 본사로 수출됐다. 미국에서 수입된 제품이 본사로 역수출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었다. 같은 해 중동시장을 포함한 해외 4개국 배스킨라빈스와 아이스크림 케이크 수출 계약을 맺고 총 50만개를 수출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중동 5개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및 싱가포르 배스킨라빈스에 수출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누적 수량은 약 430만개다. 한국 배스킨라빈스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마케팅 덕분에 K-아이스크림 케이크 열풍을 일으킨 아이스크림 케이크 강국으로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다.

이젠 먹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만족할 수 없다. 배스킨라빈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매년 새로운 콘셉트로 먹으면서 즐거울 수 있는 경험까지 동시에 선사한다. 지난해에는 케이크 띠지에 그려진 월리 캐릭터를 돋보기를 이용해 찾는 재미까지 더하며 오감을 다 만족할 수 있는 케이크를 출시하는 등 매년 진화하고 있다. 올해에는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스노우볼 타입의 케이크가 출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가오는 12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