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대출금리 1%p 올랐다… 은행권, 우대금리 되살리나
당국 책임론에 금리 산정 실태 점검
주담대 금리 상승폭, 지표금리 2배
우대금리 줄이고 가산금리 올린 영향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1%p가량 올랐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른 은행권 ‘대출 옥죄기’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당국 책임론이 불거지자 시장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던 금융당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이를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압박에 따라 축소했던 우대금리를 일부 되살리는 등의 방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44∼4.861%로 지난해 말 대비 하단은 0.92%p, 상단은 0.807%p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76∼5.122%로 같은 기간 최저 금리는 1.07%p, 최고 금리는 0.922%p 올랐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금리(1등급·1년)가 3.4∼4.63%로 하단이 0.75%p, 상단이 0.87%p 높아졌다.
대출금리 상승 원인은 가계대출 상품 종류에 따라 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의 경우, 올해 들어 0.39%p 올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나 올해 들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0.9%p 정도 뛰었다. 코픽스 대비 2배에 달하는 상승폭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에 따라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깎고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금리 오름세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의연대가 은행연합회의 ‘4대 시중은행 가계신용대출 가산금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년도 대비 올해 우대금리가 축소되고 가산금리가 인상되는 등 가산금리가 오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리를 분석했을 때, 가산금리 상승폭은 평균 0.39%p로 준거금리 상승폭인 평균 0.36%p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민금융 상품을 포함했을 경우 준거금리는 0.36%p 오른 반면, 가산금리는 0.49%p(우대금리 0.07%p 축소 포함) 상승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은행은 코픽스나 은행채 등 지표금리에 우대금리를 깎고,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최종 대출 금리를 결정한다. 결국 준거금리를 제외한 나머지 금리 상승 폭 4∼5%p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의 영향으로 각 은행이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린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서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은행권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은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을 불러 은행의 대출·수신 금리 산정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의 현실적 대응방안으로 올해 들어 줄곧 줄여온 우대금리를 일부 되살리는 것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효과 등으로 최근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만큼, 우대금리를 다시 늘릴 여지가 생겼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예금금리를 갑자기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금금리는 코픽스에 반영되기에 이를 인상할 경우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