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금융사고 예방하려면 종합검사 유지해야”

2021-11-17     김누리 기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사무실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종합검사 개편에 대해 ‘금융사에 선물을 끌어준 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6

정부, 종합검사 사실상 폐지 수순

금융사에 선물 보따리 풀어준 격

금감원 시간 끌기로 피해자 양산

 

규제보다 정책자금대출 풀어야

비대면으로 금융사고 가능성↑

은행법 적정 점포 수 명시 없어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 종합검사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위규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금융사고 사전 예방을 위한 금융사 검사를 상시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금감원은 대내외 경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사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금융시민단체는 금감원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종합검사 유보는 억제력 포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 하는 이유가 뭡니까. 핵이라는 무기가 억제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포기를 못 하는 것인데, 지금 금감원은 억제력을 가진 종합검사를 포기하고 사전예방 조치를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금감원장의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약 6조 5000억~7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금액 규모도 크지만 손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도 상당하다. 김 대표는 금감원이 이에 대한 논의를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진행했어야 함에도 역으로 ‘금융사가 원했던 선물 보따리를 풀어준 격’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정 원장이 사전예방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선 비대칭적으로 힘이 있어야 한다”며 “종합검사가 금감원이 가진 사전예방을 위한 억제력으로 적용되는데, 이를 풀어주겠다 하니 금융지주 회장들의 입가에 미소가 다 번졌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금융정의연대 설립 당시부터 대표로 일해왔다. 그는 안진걸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제안으로 금융정의연대에 참여했다. 김 대표가 금융사를 다녔고, 금융소송 경험이 높은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흥국생명 재직 시절 모회사인 태광그룹 이우진 회장의 비리를 검찰에 제보해 보복성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징계 이후에도 노조 활동을 계속하다 2005년에는 해고를 당하기까지 했다. 이후 금융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노조 활동만으로는 금융 문제의 핵심을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 시민단체활동에 적극 참여한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특히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에 주로 관심을 갖고 금융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굵직한 금융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는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천지일보 2021.11.16

◆“머지 사태, 금감원 무능 보여줘”

“머지포인트가 전금법 대상인지 아닌지 몰랐다면 금감원이 무능한 것이고, 불법인지 알고도 봐줬다면 머지 사태의 책임은 머지포인트 운영사와 이를 예방하지 못한 금감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예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금융사고를 사전 예방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상 금감원의 무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번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대규모 환불 대란을 빚은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금감원의 무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머지 사태는 금감원이 적발을 안 한 것”이라며 “전금법상 머지포인트는 금융당국에 전금업자로 신고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불법회사인데, 금감원은 고발대상 유무를 논의하며 시간을 끌어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제휴처에서 최대 30% 할인율로 인기몰이를 했던 머지포인트는 지난 8월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점업’으로 한정해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피해를 낳았다.

이에 머지 사태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한 집단분쟁 조정건수는 2달 만에 8200건을 넘어섰다. 분쟁조정은 통상적으로 소비자가 신청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소비자원이 직접 분쟁조정위에 신청했다. 접수된 상담 건수가 많고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해서다.

다만 피해 보상 가능성은 사실상 미지수다. 머지포인트가 서비스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또 머지포인트가 운영을 중단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사무실에서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무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6

◆“실수요 대출, 내년에도 못 막을 것”

“실수요 대출을 내년부터 막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막으면 내년 대선과 지자체 선거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투기를 위한 대출과 2주택자 대출을 막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죠. 그러나 실수요자 대출을 내년에도 예외로 하지 않는다면 지지자 내에서도 반대투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6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오는 12월 말까지 전세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그러나 내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전세대출이 DSR 40% 산정에 포함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는 4~5%대다. 올해 증가율이 약 7.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반절 이상을 줄여야 목표치 달성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상 올해가 전세대출 막차라고 여기는 세입자들은 서둘러 전셋집 구하기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전셋집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연말 전세값의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대출과 부동산 대출이 증가했는데, 정부가 총량규제를 펼치다 보니 실수요자가 대출이 필요해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겼다”며 “실제 전세자금 수요자, 첫 주택 구입자 등은 규제에서 예외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은 2018년 이후 폭등해 2배 이상 오른 반면, 은행권에 할당된 가계대출 총량은 부동산 가격 폭등 전과 같은 수준”이라며 “은행에서 정한 한도로 수도권 등에서 주택을 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자금이 필요한 경우 정책자금대출을 통해 한도를 정하거나 맞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사무실에서 내년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6

◆“금융소비자 접근성 위해 지점 남겨야”

“저도 인터넷을 할 줄 알지만, 필요한 업무에선 은행을 내방하거든요. 옛날만 해도 동네 앞에 있어서 그냥 걸어가면 됐는데, 지금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이런 것처럼 인구가 없다고 은행 점포를 폐쇄하면 강원도의 경우, 시민들이 산을 넘거나 경기도, 충청도까지 가서 은행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인구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은행들이 점포 폐쇄를 선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4년간 문을 닫은 은행점포는 472개로, 내년 초 100개가량 추가로 은행지점이 사라질 예정이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청산하기 위해 지점을 70% 이상 폐쇄하고 단계적 폐지에 들어가면서, 씨티은행을 이용하던 고객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법에선 최소한의 업무를 위해 적정 점포를 유지할 것을 규정했지만, 적정 점포의 수를 명시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대표는 노사정과 소비자사회단체가 서로 만나 최소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씨티은행의 단계적 철수를 계기로 다른 시중은행도 지점 폐쇄와 인터넷은행 전환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씨티은행이 돈 되는 기업금융만 남기고 소매금융을 없애겠다고 하고 있는데, 다른 시중은행이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소매금융을 담당하는 점포를 조금 남기고 모두 인터넷으로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은 어떻게 됩니까. 1980~1990년에 제정된 은행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은행의 비대면 전환으로 발생하는 금융사고도 많습니다. 간편함은 좋지만, 이 간편함으로 금융사고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를 예방할 장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