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n] NFT가 뭐길래?… 잇따른 게임·엔터 NFT 출사표에 시장 출렁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국내 엔터업계와 게임업계에서 ‘마법의 단어’가 된 것이 있다. 바로 NFT(대체불가토큰)다. 코스피가 3000선 아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NFT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왜 게임·엔터는 NFT에 주목할까
NFT는 예술품, 부동산, 디지털 콘텐츠 등 자산에 고유의 값을 매긴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이를 통해 특정인이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을 소유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이를 복제할 수 없지만 모든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있다. 복제 불가능한 고유 인식 값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예술품이나 게임 아이템 거래 분야 등을 중심으로 NFT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게임사가 NFT를 적용할 경우 아이템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부여하고, 이용자들은 이를 수익화할 수 있다. 아이템 거래가 주가 되는 게임에서는 특히 NFT를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이템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장터를 통해 거래하고 이를 디지털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엔터업계의 경우 수익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사업에도 최적화된 상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사진이나 공연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이 보장되면서 수요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 MP3 등 디지털 음원의 출현으로 수익이 감소한 가요계가 공연, 아티스트 관련 굿즈 판매에 NFT를 이용할 경우 적극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대중음악계와 NFT의 접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팝스타 위켄드는 음악과 아트워크 등을 NFT 형태로 경매해 22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록밴드 뮤즈의 프런트맨 매튜 벨라미는 전설적 뮤지션 제프 버클리의 기타로 녹음한 곡을 비롯해 신작 미니앨범(EP)의 3개 트랙을 NFT로 발매한 바 있다.
◆NFT 수혜 톡톡히 받은 게임주
실제로 몇몇 게임사들은 발 빠르게 NFT 도입에 나서 주가 상승의 수혜를 입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중 NFT 결합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계획을 공개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내년 중 NFT, 블록체인을 결합한 새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수직 상승해 같은 날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92%)까지 치솟은 78만 6000원에 마감했다. 엔씨소프트처럼 덩치가 큰 시가총액 20위권 대형주의 상한가는 이례적이다. 심지어 엔씨소프트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에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NFT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 NFT 수혜 게임주인 위메이드 역시 주가가 급등했다. NFT 기술을 적용한 ‘미르4’가 글로벌 대흥행에 성공하며 ‘P2E(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메이드 주가는 8월 30일 상한가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올라 이달 초까지 연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871.26%에 이른다.
이외에도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컴투스, 게임빌 등 여러 게임사가 NFT 관련 사업을 내놓으며 주가가 상승했다.
◆BTS NFT까지… 출사표 던진 엔터사
엔터업계에서도 NFT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물론, JYP 엔터테인먼트(JYP), YG엔터테인먼트(YG) 등이 NFT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4일 하이브는 공시를 통해 두나무와 NFT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상호 지분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신규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티스트들의 지식재산권(IP)과 NFT를 결합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새로운 합작법인을 통해 하이브가 그간 선보여온 아티스트 IP 기반의 콘텐츠, 상품들이 팬들의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는 NFT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하이브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하이브는 NFT 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한 지난 5일 전 거래일보다 7.57% 급등한 38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져 지난 12일 처음으로 장중 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JYP도 하이브와 동일한 방식으로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JYP 대주주 박진영 프로듀서는 두나무에 지분 2.5%를 매각했다. 두나무는 JYP의 구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 양사의 합작법인을 새로 설립할 방침이다.
YG는 자회사 YG 플러스를 통해 NFT 사업에 발을 들였다. YG는 하이브와 두나무가 NFT 사업 진출을 위해 맺은 파트너십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NFT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전문가 “미래가치 높지만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지금의 NFT 열풍에 우려를 표했다. 기술의 미래 성장성은 확실하지만 해당 기술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실제 실적까지 이어지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복제와 재가공 등의 위험이 있고 법적인 면도 제도가 미흡한 것도 문제점이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NFT 거래소와 블록체인 게임 관련 사업 가치는 평가하기 힘든 상태”라며 게임빌에 대해 ‘중립’의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NFT 테마가 지닌 성장 스토리가 매력적이라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적절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아직 사업이나 실적이 실체화되지 않았다”며 “극도의 (거래) 쏠림 현상이 진행되면서 관련 업종이 과열 단계에 진입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메타버스 세계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NFT 시장을 주요 글로벌 기업이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투자 관점에서 단기 호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