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2.5개월치 확보했다지만… 12월에야 풀린다
물량 대다수 반입 예정·통관 대기
중국 수출절차 진행해도 이달 말
국내 물량으론 26일만 버틸 수 있어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사태로 산업계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원자재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끌어모은 물량인 2.5개월 수준의 물량이 12월 즈음에서나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에 따라 향후 수개월은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외신과 정부, 국내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이미 계약한 요소에 대한 수출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중국 전력난 등이 여전하고 수출 제한 조치가 해결되지 않아 추가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요소 확보 물량은 ▲중국에 통관 대기 중인 가계약 물량 1만 8700톤 ▲민간 업체에서 확보한 3000톤 ▲베트남 수입 물량 5200톤 ▲국회 대표단이 멕시코 현지에서 약속받은 1200톤 등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2만 8000톤가량이다. 요소를 3배 희석해 요소수를 만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8400만 리터의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 정부는 국내외에서 확보한 물량과 현재 남아 있는 재고를 모두 합쳐 2.5개월 정도의 차량용 요소수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국내 보유량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3개월까지도 물량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전날 제3차 요소수 합동 대응회의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약 2.5개월치 차량용 요소수를 보유한 셈”이라면서 “이미 확보한 호주 수입 물량, 중국과 베트남 수입 예정 물량, 현장점검을 통해 파악한 국내 보유 물량, 군부대 예비분 등을 합치면 그렇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확보한 물량이 언제 풀릴 수 있느냐다. 정부가 확보했다고 밝힌 요소의 대부분은 중국·베트남 수입 물량이다. 해당 물량이 언제 국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정부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국내 반입 시기를 전망해도 이르면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에나 요소가 들어올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요소 물량이 묶여 다시금 품귀현상과 요소수 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당장 요소수가 절실한 물류 업계는 군 비축분 20만 리터, 호주 수입분 2만 7000 리터, 국내 업체가 비축한 600만 리터(요소 2000톤) 등으로 버텨야 한다. 이는 정부가 추산한 하루 요소수 소비량으로 따져 봤을 때 10여일치에 불과한 양이다.
베트남 산업용 수입분은 12월 초에야 국내 도입된다. 이 요소 역시 차량용으로 사용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해 산업계 내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요소수 대란은 중국 내 석탄 부족과 전력난으로 비료생산이 위축되면서 중국 당국이 비료시장 안정을 위해 요소, 칼륨비료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발생했다. 한국의 요소수 수요 중 97%는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기에 요소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되며 문제가 발생했다.
요소수는 화물차·건설 중장비·소방차·앰뷸런스 등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탑재한 경유차에 필요한 촉매제다. 이는 유로-6 규제를 만족하는 SCR방식의 저감장치를 채용한 디젤차량의 운행에 꼭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관리망에 등록된 화물차의 절반 가까운 숫자가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으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화물차·건설 중장비업체 역시 요소수 대란에 피해를 입었다. 건설현장에서 요소수가 필요한 장비는 전체의 33%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7~8일 조합원 25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2.4%가 요소수 문제로 장비를 가동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4.3명은 해외 직구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요소 확보 실패로 디젤 차량의 절반이 멈춰버리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플랜B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한시적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비활성화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전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늦장 대응을 즉각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