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n] 월급 빼고 다 오른다… 뛰는 대출금리·물가에 한숨 나오는 가계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늘어나는 대출 이자 부담으로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는 가운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 내서 주식시장 투자)’ 등으로 인한 가계 이자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KB국민·NH농협·신한·하나·우리은행이 9월 중 신규 취급한 원금을 대출 기간 나눠 상환하는 방식의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평균금리는 올해 1월 대비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이 기간 신한은행의 분할상환 주담대 금리가 1월 연 2.80%에서 9월 연 3.37%로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0.51%p, NH농협은행 0.46%p, KB국민은행 0.07%p 순으로 올랐고, 우리은행의 경우 0.10%p 하락했다.
이는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을 감안했을 때 가계에 부담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연 3.18%로 1월(연 2.88%) 보다 0.3%p 상승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연 평균 대출 총량 증가율을 5~6% 수준으로 관리할 것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주문에 따라 시중은행은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 수준을 높이는 등 대출금리를 조절해 수요를 관리해 왔다.
또 오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연 1%로 0.25%p 높일 것이 유력해지면서 기준 금리가 지난해 동월 대비 2배 이상 뛰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떨어뜨린 뒤 지난 8월 연 0.75%로 올렸다.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3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연 0.50%로 동결된 이후 15개월 만이다.
이러한 금리인상 이후에도 내년 1월 기준금리가 0.25%p 추가 인상될 것도 예상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물가가 3%선을 뚫으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 상승은 우리나라 가계 이자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표한 ‘경제·산업동향&이슈(제21호)’에서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함에 따라 가계대출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 보고서는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와 가계금융복지조사(2020년) 자료를 이용해 가계대출 금리가 1%p 상승하면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12조 5000억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소비자 물가가 지난달 3%대를 넘어선 것도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부담을 줄 예정이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8.97로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 3.3% 상승한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1월 0.6%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2월 1.1%, 3월 1.5%로 오른 데 이어 4월(2.3%), 5월(2.6%), 6월(2.4%), 7월(2.6%), 8월(2.6%), 9월(2.5%) 등 6개월 연속 2%를 넘었고 지난달 3%를 돌파했다.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도 4.6% 올라 2011년 8월(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에 더해 미국이 코로나19로 풀었던 돈줄을 조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11~12월 매달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총 150억 달러씩 매입량을 축소할 방침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매월 국채 800억 달러, MBS 4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며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양적완화 기조가 20개월만에 조정되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연 0.00~0.25%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러한 상승에 2030 세대 사이에선 ‘안정적인 돈 불리기 방식’으로 꼽혔던 예금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3%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실질 예금금리 마이너스 폭이 역대 최대도 확대되면서 은행 계좌에 돈을 두면 가치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국내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1.16%다. 이달 물가는 2.48%(전년 동월 대비) 오르면서 이를 제한 실질예금금리는 –1.32%를 기록했다. 이자소득세율(15.4%)을 반영하면 실질금리의 마이너스폭(-1.50%)이 더 커진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 10년만에 3%대(3.18%)를 기록한 상황에서 예금금리가 9월과 같은 수준(0.16%p)으로 증가할 경우 실질금리는 -1.86%였다. 이는 한은이 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작성을 시작한 1996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다.
예금이 더 이상 자산 증식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다수의 2030 세대들이 예적금 통장에 돈을 넣기 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핀테크 플랫폼 핀크의 금융 SNS ‘핀크리얼리’에 축적된 데이터(10만명)를 분석한 결과, 2030 남성의 주식 투자금이 예적금 통장에 들어가있는 돈보다 많았다. 전체 연령·성별로 봤을 때 예적금과 주식 보유금액 비중은 6대 4로 집계됐다. 2030 남성을 제외하고는 예적금 보유금액 비중이 전 연령·성별에서 60%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