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KT 보상은 이제 시작… 성난 여론 잠재울 수 있을까

2021-11-02     손지아 기자
1일 오전 10시 서울 KT광화문지사에서 열린 재발방지대책 및 고객 보상안 설명회에서 왼쪽부터 박효일 고객경험혁신본부장 상무, 박현진 네트워크혁신TF 전무, 서창석 네트워크혁신TF 전무, 권혜진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가 사과를 하고 있다. (제공: KT) ⓒ천지일보 2021.11.1

KT, 전 고객 일괄 보상안 발표

연간 영업익의 3~4% 수준

개인당 1000원~9000원 받아

소비자 반발은 매우 큰 상황

추가 보상 가능성에 이목 쏠려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KT가 고육지책으로 보상안을 내놨다. 다만 소상공인과 더불어 보상액을 상회하는 손해를 본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KT의 추가 보상 가능성이 더욱 주목된다.

1일 KT는 전 고객을 일괄적으로 보상하는 내용이 담긴 보상안을 내놨다. 일반 고객에게 최대 먹통 시간이었던 89분의 10배인 890분(15시간)의 요금을, 소상공인에게 10일 치의 요금을 감면하는 내용이었다.

KT는 고객들의 개별 문의와 신청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보상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접수절차 없이 12월 청구되는 11월 이용 요금분에서 보상금액을 일괄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다시 한번 여론은 들끓었다. 이 보상안 대로면 개인 고객은 1000원 안팎으로, 소상공인(인터넷과 IP형 전화 이용)은 평균 7000원~9000원을 보상받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결제가 안 돼 애를 먹은 소상공인들은 반발했고 일반 고객도 와닿지 않는 적은 금액은 안 주느니만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날 KT의 발표 직후 소비자들의 반발을 예상했다. 그는 “(보상이)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1000원 내외 수준인 것이니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아현지사 화재가 6~7시간 정도였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1개월 요금을 감면해줬는데 이번에는 1시간 정도니 최소 3일은 요금 감면을 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상안이 발표되자 각종 커뮤니티에는 ‘KT 1000원’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며 이번 사태를 KT가 1000원이라는 작은 보상으로 무마하려고 한다는 성난 여론이 주를 이뤘다.

반면 이는 ‘셈법의 차이’이며 보상액이 KT에는 ‘고육지책’에 해당할 정도로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보상안 마련에)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보상을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건 없지만 많은 성의를 보인 고심의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일 치면 한 달의 1/3”이라며 “1시간 장애(인데 비해) 매출 손실이 많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고객 대상이라 규모가 작진 않을 것”이라며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많이 미칠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고 주주들한테는 부담이다. 까준 티는 안 나는데 손실은 크고 양쪽 다 만족이 안 된다”며 “고육지책을 내놓은 건데 투자 대비 효과가 있을지는 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현진 네트워크혁신TF 전무가 고객 보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KT) ⓒ천지일보 2021.11.1

KT가 이 같은 보상안을 내놓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개개인이 손해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왜 하필 ‘일괄’ 보상을 하느냐에 대해 박현진 네트워크혁신TF 전무는 “개별적으로 겪은 불편 유형이 다양하고 객관적 사실 확인도 어려워 신속한 보상을 위해 일괄 보상하게 됨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둘째는 총보상액에 대한 부분이다. 전국적인 피해인 데다가 손해를 본 특정 집단을 추출할 수 없기 때문에 달리 특별한 보상책을 꺼낼 수 없던 KT는 결국 최대로 감내할 수 있는 총보상액을 정해두고 이를 가입자 수로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예상 총보상액을 보면 지난 2018년 아현지사 화재 때의 보상액과 비슷한 수준(400억원)인 연간 영업이익의 3~4% 수준(당시엔 5%)이다. 너무 가입자가 많아서 금액이 적어졌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게 KT의 입장이다.

결국 양쪽 다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중요한 건 다음이다. 고객 중에는 실제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KT는 손해 여부나 강도와 상관없이 먹통 사태에 대한 일차적인 보상안을 이제 막 내놓았다.

아울러 추가 보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통해 여론의 분위기를 얼마나 뒤집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 전무는 “과거 및 글로벌 사례, 최근 불편 등을 고려한 이번 방안이 나름 최선의 보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예외적인 부분에 대해선 전담 콜센터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보상이 적정한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요금감면 및 소상공인 케어를 원만하게 지원하기 위해 전담 지원센터를 이번 주 중 오픈하고 2주간 운영한다. 지원센터는 별도로 구축 예정인 전용 홈페이지와 전담 콜센터로 병행 구성된다. 전담 콜센터를 통해 홈페이지 이용이 어려운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소상공인 분류에서 누락된 고객의 추가 신청접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알뜰폰과 재판매 인터넷을 이용 중인 고객은 해당 사업자 고객센터에서 확인 가능하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정부도 KT의 보상 과정을 살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비자 피해 구제가 잘 이뤄지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서울 시내의 한 KT 대리점.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KT 인터넷 먹통 현상이 약 40분간 진행됐다. ⓒ천지일보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