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美경제… 韓 큰 파장 불가피, 충격 예고
인플레·스태그플레 공포 엄습
자산거품 붕괴 우려 커져
“韓경제·증시 난관 봉착”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국제유가 등의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붕괴로 미국경제가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현상) 압력에 휘청거리면서 세계는 물론 한국경제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고 돈이 많이 풀리면서 부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을 부풀렸다. 자칫 자산거품이 붕괴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여름만 해도 신규일자리 증가폭이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으나 급격하게 식었고, 소비심리마저 급격히 얼어붙었다. 또 1~2월만 해도 1%대였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월 2.6%로 오른 것을 시작으로 4월 4.2%,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하며 폭등했다. 또 미국의 부동산은 20% 이상 상승하며 들썩였다.
국내 물가상승률도 심상치 않다. 9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2.5% 오르며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 폭은 전월(2.6%)보다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건 2009년 8월(2.2%)~2012년 6월(2.2%)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은 인플레이션에 빨간불이 켜졌고,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까지 휩싸여 있다. 이 같은 불안요소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투자 심리가 많이 꺾여 최근 -10% 이상 조정을 받으며 침체에 빠졌다. 올초 처음으로 3000고지에 오른 후 331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이달 5일 10개월 만에 3000선이 붕괴되고 말았다. 계속된 하락세 속에 2908선까지 내려갔다가 현재는 조금 회복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이는 7월 제시했던 수치보다 0.4%포인트 하향했다. IMF는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인플레 우려 등을 반영했다”며 “공급망 차질에 따른 미국 성장률 하락, 독일 제조업 중간재 부족 등으로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에 통화량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12일에는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7년 만에 처음으로 80달러를 넘어섰고, 13일에도 전일보다 0.12달러 상승한 배럴당 80.64달러에 마감했다. 두바이유도 배럴당 82.07달러로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1년 전보다 2배가 오른 상태인데 원유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에 풀린 달러를 환수하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리고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시점이 변수인데, 당초 11월에 나설 가능성이 컸으나 미국 고용시장과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11월에 신호만 주고 그 이후에 나설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이퍼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오면서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을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은 큰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할 경우 외국자금이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인상을 단행하기도 쉽지 않다. 한은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0.25%p 인상한 후 일단 10월 금통위에서는 동결을 결정했다. 한 번 숨고르기를 한 후 11월 금통위에서 0.25%p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현재와 같은 물가상승 흐름이 10월에도 이어질 경우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경제전문가들도 미국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응할 마땅한 방안도 딱히 없어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이 테이퍼링을 통한 양적완화를 줄이고 금리를 올릴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시중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로 인해 환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미국으로 인한 충격은 그대로 받으면서 가계부채도 막아야 하고, 물가상승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해야 된다. 문제는 미국이 내년 금리인상을 계속 할 것인데, 현재 상황으로 볼 때는 미국이 올리는 것보다 더 높이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한국경제는 굉장히 간당간당한 상태인데 그렇다고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데다 수출 또한 기저효과가 다 사라지면서 부진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내수까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그냥 어려운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모든 자산이 거품이라 조만간 붕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직접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고, 빨리 안정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하겠지만 갈수록 미국경제 성장은 둔화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에선 충격이 온다면 대응할 수 없고,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특히 주식시장이 많이 떨어져 내년까지 반등하긴 어려워 박스권보다 한 단계 더 낮아진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히려 이 같은 현상이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회복된다는 징조이므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것은 시중에 워낙 유동성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된다는 징조로 보면 되며, 일시적인 조정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다만 “현 정권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고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조정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경제가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이기에 수출 부분은 좋아질 것이며,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한테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