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4640억달러, 사상 최고치 경신했지만… “GDP대비 비중은 국가부도 위기 수준”
한은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 늘어”
아직 GDP대비 30% 미만 수준 불과
“한은이 국민들 속이고 있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4천만 달러 늘어 다시 사상 최대치 기록을 세웠으나 여전히 GDP(국내총생산) 비중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639억 7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최대 기록인 8월말(4639억 3천만 달러)보다 4천만 달러 증가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은 줄었지만,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이 늘어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4193억 5천만 달러)이 한 달 전보다 10억 5천만 달러 늘었고, 특별인출권(SDR, 153억 8천만 달러)도 1억 9천만 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예치금(198억 5천만 달러)과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6억 달러)’은 각 11억 5천만 달러, 5천만 달러 감소했다.
금의 경우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 9천만 달러였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4639억 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중국(3조 2321억 달러)이 가장 많고, 일본(1조 4243억 달러)과 스위스(1조 942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4위부터 10위까지는 인도(6407억 달러), 러시아(6182억 달러), 대만(5436억 달러), 홍콩(4970억 달러), 한국(4639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47억 달러), 싱가포르(4181억 달러) 순이었다.
한국은 GDP순위기 훨씬 낮은 대만과 홍콩보다 외환보유가 적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GDP 대비로만 따지면 한국은 이들 나라보다 비중이 확연하게 적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GDP 비중을 더 크게 늘려야 하며, 이 같은 점을 간과하고 있는 한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외환보유고가 GDP대비 30%이하는 국가부도 위기라 할 수 있다. 대만은 90% 이상까지 올렸고, 외환위기를 겪은 러시아도 외환보유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미국이 하반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하고 있어 우리는 한미통화스와프에 너무 의존한 정책에서 벗어나 외환보유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1100원 초반은 돼야 안정권인데, 현재 1200원대까지 올랐다는 건 불안한 신호다”면서 “이에 현재 외환보유 현금 비중은 5%도 채 되지 않는데, 30%까지 늘려야 하며, 전체 비중은 적어도 50% 이상은 돼야 외환위기로부터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은이 GDP 대비 비중을 제대로 알려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알려주지 않고 계속 최대치가 경신했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이는 마치 안전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만약 한미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으면 환율은 16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며 “국민들은 너무 정부를 믿어선 안되고, 개인적으로는 미국 우량주식을 사놓는 것도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