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M&A 3년째 제자리… 난항에 속 타는 산업은행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3년째 진행되는 등 진행이 늦어지고 있고, 각계각층에선 졸속 매각 논란을 점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기한이 오는 연말까지로 다시 연장됐다. 이는 벌써 4번째 연장이다. 여러번 연장이 반복되는 이유는 기업결합 심사가 코로나19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지연된 탓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위해선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카자흐스탄, 중국, 싱가포르에선 합병을 허가했고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유럽연합(EU),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EU에서의 심사가 쉽사리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EU는 코로나19 여파로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조사를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또 EU는 양사의 합병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국 공정위의 심사는 현재까지 1단계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나머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2개 국가에 비하면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해 3월 19일 1단계 심사를 끝냈고 EU는 2019년 12월 17일 2단계 심사를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M&A가 쉽사리 진척되지 못하면서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산은은 일단 연내 EU 심사 종결을 목표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산은은 “세계적인 조선사 간 기업결합인 만큼 심사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기업결합 신고 주체인 한국조선해양이 연내 EU 심사 종결을 목표로 대응 중”이라며 “산은은 한국조선해양과 협력해 남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M&A는 노동계와 지역시민사회, 정치권을 중심으로 매각 중단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대량 실업과 연관 생태계 파괴, 지역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획재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걸림돌이 될 관계법 유권해석을 ‘과장 전결’로 단 3시간 만에 끝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졸속·특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공문과 수발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 1월 30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국가계약법 유권해석을 기재부에 의뢰한 것이 드러났다.
같은 날 기재부는 의뢰를 접수해 몇 시간 뒤에 ‘과장 전결’로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해석 후 발송까지 3시간 34분이 소요된 것이다.
산은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졸속 매각 논란과 관련해 기재부에 사실 여부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각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서 의원은 “이번 매각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억지 매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번 매각은 국가계약법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엉터리, 짜 맞추기, 졸속 매각”이라며 “기재부가 수의계약으로 매각하기 위해 국가계약법 유권해석에 소요한 시간이 3시간 34분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신상기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장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계약은 아무런 기한도 없는 듯하고 처벌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신 지회장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많은 단체와 진보 정당들이 매각 철회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재벌에게만 퍼주는 실패한 매각이라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에 매각 철회하고 재검토를 요구하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