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토스뱅크 출범… 본격적인 인터넷은행 삼국지시대 열린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내일부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 시대의 막이 오르게 된다.
금융당국이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인터넷은행에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중금리 대출 확대 압박도 가하는 가운데 토스뱅크가 과연 쟁쟁한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5일부터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여·수신 상품 판매, 체크카드 발급 등 뱅킹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가입 기간, 예치 금액 등에 아무런 제한 없이 무조건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과 전월 실적 조건 없이 매달 최대 4만 65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등을 공개해 지난 2일 기준 뱅킹 서비스 사전 신청 고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토스뱅크의 대출 상품이다. 5일 공개되는 신용대출 상품은 다른 은행에 비해 금리와 한도가 경쟁력있는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별도 중금리 대출 상품 없이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두 종류의 여신 상품을 내놓고,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 대출’도 함께 출시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 공시된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2.76∼15.00%, 한도는 최소 100만원, 최대 2억 7000만원이다.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는 차주(대출자) 개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범위 내에서 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 3∼4%대 수준으로 올라섰고 최대한도가 연봉 수준으로 반 토막이 된 가운데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조건은 금융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토스뱅크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일부 적용받아 신용대출 상품 자체 한도는 2억 7000만원으로 정하되 ‘연소득 이내 범위’로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총량 규제에서 기존 은행보다 자유롭긴 하지만, 가계부채 억제를 우선시하는 금융당국 방침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너스통장의 최대한도도 1억원대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지난달 일괄 ‘5000만원’까지 축소했고, 카카오뱅크 역시 이달부터 연말까지 아예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시장안정화 정책에 따라 영업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들에 대해 설립 취지에 맞춰 중금리 대출을 늘릴 것을 압박하는 기조도 토스뱅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올해 중금리 대출 비중을 34.9%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전제 대출의 30% 이상을 신용점수가 820점 미만인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올해 중금리 대출 목표치는 각각 20.8%, 21.5%인 상황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인 것이다.
중금리 대출 확대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해준 취지지만, 해당 대출이 고수익과 고부실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교한 개인신용평가모델을 갖추면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렇지만 못하면 대규모 부실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금리 대출 실적이 미미하자 올해 초부터 강도 높은 중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하던 두 은행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중금리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말 기준 중금리 대출 비중은 10.6%에 그쳤다. 올해 내 10%p 이상 비중을 높여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중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까지 받고 있어 고신용자 대상 대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해야 한다.
케이뱅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적자 상태인 케이뱅크는 총량 규제에서는 빗겨나 있지만 6월 말 기준 중금리 대출 비중이 15.5%에 그치고 있어서 올해 내 5%p 이상 수치를 높여야 한다.
다만 중금리대출 비중 34.9% 목표치를 정할 당시 계획보다 공식 출범일이 한 달가량 미뤄지면서 연말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이제 갓 출범하는 만큼,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의 중금리대출 비중을 점검할 때 이런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