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된 금융지원 연장… 금융연 “작은 충격에 부실 가능성”

2021-10-03     김누리 기자
은행권 (출처: 연합뉴스)

“국내 은행 수익·건전성 개선”

“상환 어려움 반영 못 할 수도”

정부, 세 차례 금융지원 연장

은행권 금융 잠재 리스크 커져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국내 은행이 잇단 금융지원 연장 등으로 잠재 리스크가 커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발표한 ‘국내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2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도 작년 2분기 말보다 32.3% 증가했고, 부실채권 비율은 0.54%로 전년 동기 말 0.71% 대비 많이 낮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며, 여러 위험 요인이 잠재해 있어 위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은행 대출 증가세가 실물 경제 상황과 괴리를 보여 작은 시장 충격에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까지는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증가율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유사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2018년부터 대출 증가율은 상승한 반면 명목 GDP 증가율은 하락하면서 괴리를 보이기 시작해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격차가 커진 이유는 실물 경제 침체에도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자산을 매입하려는 대출 수요가 증가했고, 기업도 매출 부진에 돈을 빌려 필수 비용을 충당하려는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자산가격이 하락하거나 기업 매출 부진이 지속하면 은행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4월부터 세 차례 연장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진행으로 국내 은행 건전성과 관련된 대출 상환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앞서 지난 9월 금융당국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영업 피해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점을 들어 금융지원 연장을 결정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은 조사대상 기업 2520곳 가운데 39.7%로 전년 말과 비교해 4.6%p 올랐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도 지난해 6월말 12.5%에서 지난해 말 15.3%로 약 3%p 상승했다.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대출로 위기를 견뎌온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이자부담도 커진 점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5조 2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금융지원 조치로 은행들의 대출금 잔액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올 2분기 말 기준 은행 등 예금취급 금융기관이 국내 기업·자영업자에 빌려준 대출금 잔액은 1478조 5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42조 7000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분기 기준)은 1분기에 비해 6000억원 확대된 것으로 2020년 2분기(69조 1000억원)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비법인기업의 예금은행 대출잔액은 418조 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9조 4000억원 불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빚을 내 운영자금을 끌어 쓰는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이에 은행권 내에선 대출자들에게 이자라도 내도록 해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 리스크의 원인인 한계기업을 골라낼 방법이 이자 상환 여부인데 정부의 조치로 유예만 하게 된다면 위험성을 안고 부실이 표면화되는 시기를 뒤로 미룰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은행과 감독당국이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자산의 잠재 부실 규모를 추정하고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 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