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금품 로비 정황 담긴 정영학 녹취록 파문… 정치권 초긴장

2021-09-30     이대경 기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판교 대장동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9.30

정영학, 대장동 핵심 관계자

정치권에 여러 버전 나돌아

野, 관련자 국감 증인 신청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배당금을 챙긴 ‘천화동인’ 5호 운영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이익금 분배와 유력 인사에 대한 로비 정황이 담긴 대화 내역이 담긴 녹취록을 제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지난달 27일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함께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 추진 당시에 관여했고, 화천대유가 하나은행 컨소시엄 일원으로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정 회계사 역시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약 6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총 19개로 알려진 녹취파일에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사장 직무대리 등 주요 관계자의 대화가 담겼다고 한다. 4000억원대 배당금 등 이익 배분 논의를 비롯해 대장동 개발 민관합작법인(SPC)인 성남의 뜰의 50% 최대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관계자에게 수억원씩 여러차례에 걸쳐 10여억원을 제공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 회계사가 제출한 리스트는 여러 가지 버전이 나돌고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핵심 인물 외에도 건설사 대표와 전직 경기도 간부 등 새로운 인사의 이름이 나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긴장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 제출을 고리로 분위기 반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국토위와 법사위, 행안위, 정무위 등 4개 상임위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할 대장동 증인·참고인 46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핵심 관계자 15명의 명단을 익명으로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계좌 추적을 수사기관에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명단 역시 정 회계사의 제보를 포함해 여러 관계자의 제보를 조합해 국민의힘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9.30

정치권에 나도는 명단은 정 회계사 측이 국민의힘에 제보한 명단과 국민의힘이 자체로 조사한 사안 등이 더해진 형태다. 이들에 대한 금품 로비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금품 로비 가능성이 있는 유력 인사나 대장동 사업 핵심 관련자들의 이름이 올라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이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당 명단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포함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3명, 모 언론사 회장과 기업체 대표 2명,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화천대유 임원, 전직 경기도 고위 간부 2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 제공을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 명단을 언급하며, “제가 본 사설 정보지 내용은 4명이 포함된 명단이었다”라며 “법조계 인사도 언급돼 있고, 더불어민주당·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분이 있는 인사도 있었다. 이런 명단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대장동 개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검찰이 자택을 압수 수색하자 휴대폰을 창밖으로 내던지는 등 증거인멸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녹취록 제출로 정치권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게 아니겠느냐”라며 “특검이나 국정감사 증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제공: 이재명 캠프) ⓒ천지일보 202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