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이어 KB·하나·기업銀 ‘대출 조이기’ 들어간다

2021-09-29     김누리 기자
은행권 (출처: 연합뉴스)

국민은행 대출 한도 제한

하나銀 증액범위 내 검토

기업은행, MCI·MCG 중단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전세대출 잔액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중단 이후 풍선 효과로 다른 은행들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세대출 증액 신청 건에 대해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만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도입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앞서 KB국민은행이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줄인 데 이어 같은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한 데 이어 주담대와 전세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는 추가 조치에 나섰다.

이 같은 방침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른 시중은행이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 ‘풍선 효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는 경향이 있기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현재 국내 5대 은행의 대출 한도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6%다. 목표 증가율 5%를 적용할 경우 5대 은행의 남은 대출 여력은 2조 2841억원가량이다. 오는 10~12월까지 월별 증가액을 7000억원 수준으로 막아야 목표에 맞출 수 있다.

목표치 상단인 6%를 적용할 경우 연말까지 5대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여력은 8조 9857억원이다. 이 역시 올해 1~8월 월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이 약 3조 5000억원 수준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빠듯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을 넘어서거나 목표치에 도달했고, 국민은행도 4%대로 올라선 상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72%, 2.61%로 다소 여유가 있지만 주변 은행의 대출 제한 조치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목표치인 6%에 다다르면서 지난 23일부터 MCI과 MCG 취급과 모집인 채널을 통한 대출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MCI 대출이 중단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MCI와 MCG에 가입하면 소액임차보증금만큼 차주가 대출을 더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중단함으로써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감소하는 것이다.

현재 영업점과 비대면채널을 통한 대출은 가능하지만 앞으로도 대출 통로가 닫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