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혐오’에 갇힌 마을… 8개월째 출구 못찾는 대구 ‘이슬람사원’ 갈등

2021-09-29     임혜지 기자
[천지일보=송해인 기자] 25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부지 모습. ⓒ천지일보 2021.9.29

이슬람 사원 건립 논란 계속
무슬림 비하·모욕 발언 파장
“집주인에게 쫓아내라 말도
오해 풀고 사원 허락해달라”

처음엔 소음, 냄새가 싫다고 해서 우리가 조심하자고 했다. 지금은 이슬람 자체가 싫다며 테러리스트라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천지일보=임혜지, 송해인 기자] 26일 대구시 북구 대현동에서 만난 무슬림인 K씨는 막막한 심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2005년부터 이곳에 거주했다는 그는 이슬람 사원 건립 분쟁 이후 주민들이 무슬림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된 지도 벌써 8개월째,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갈등을 넘어 이슬람에 대한 심각한 ‘혐오’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동차까지 동원… 공사 막는 주민들

‘우리 이슬람 신자도 사람이며 이 동네의 구성원입니다.’ 이날 오후 대구시 북구 대현동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이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멈춰줄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9.29

그러나 더 들어간 주택가에는 ‘무슬림 밀집지역 돼 치안불안 슬럼화된다’ ‘주민의 주거지를 이슬람 종교 활동의 중심지로 만드는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를 당장 철회하라’는 현수막들이 걸려있었다. 

이슬람 사원이 들어설 예정이던 공사부지는 굳게 문이 닫혀 자물쇠까지 채워졌다. 그 앞에는 파라솔과 자동차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세워둔 것이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부지 현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자동차 등으로 막혀있는모습.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있다. ⓒ천지일보 2021.9.29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논란은 경북대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무슬림들이 지난해 9월 경북대 서문 인근 대현로 3길 주택가에 지상 2층 규모의 이슬람 사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철골 구조물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이 알게 됐고 “주택가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이 말이 되냐”며 시위 등 거센 반발에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대구 북구청은 2월 공사중단 행정명령을 내렸다. 주민과 무슬림 간 협상도 이뤄졌지만 실패했다.

결국 무슬림 측은 법원에 공사중단 행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공사 재개에 길이 열렸지만 주민들이 밤이고 낮이고 공사현장 앞을 지키는 바람에 공사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주민 반대 이유는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에 반대하는 이유로 사원과 주택가와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것을 꼽는다.

이슬람에서는 하루에 5번 예배·기도와 함께 ‘아잔’이라는 외침이 불려지는데, 사원 부지가 주택을 둘러싸고 있어 소음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모이는 무슬림의 수도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으로 감염병 확산 시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9.29

김모(60, 남)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 한중간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다는 게 말이 되나”며 “주민들이 공사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제3자가 볼 때는 종교 탄압이라고 말한다. 자기네 집 앞에서 이슬람 사원을 지으면 좋다할 사람 어디 있냐. 종교 탄압같은 소리 하지 말고 남(동네주민)의 탓도 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사원이 지어지면 무슬림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등이 이슈가 되면서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커진 상황이다.

A씨(50대, 남)는 “동네주민들 연령층이 높다”며 “여성 혼자 골목길을 지나갈 때 건장한 20~30대 무슬림 남성 몇 명이 지나가면 위협을 느낀다. 아직은 아무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주민들이 다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혐오 국민청원도 등장 

이는 지역의 슬럼화(어떤 지역이 살기 나쁜 상태가 됨)를 초래할 것이란 불안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에서 이슬람에 대한 차별과 혐오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이슬람 사람들이 단체로 집까지 쫓아가서 겁을 주고 있다” “저들은 이슬람 집단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탈레반 아프간처럼 극단주의 수니파가 대다수다” “사원이 들어선다면 전국에 이슬람들이 세력을 확장할 것이다” 등의 주장을 폈다.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등 6개 지역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러한 청원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글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일 뿐 아니라 이슬람 신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혐오 표현”이라며 “오히려 무슬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예배를 드리는데도 ‘테러리스트’라는 등 고함을 치고 수모를 겪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9.29

◆ 무슬림들 "오해 풀고파"

이 지역 무슬림들도 분쟁 이후 차별에 시달린 적이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무슬림인 H(여)씨는 동네에 설치된 현수막을 가리키며 “우리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무슬림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며 “우리한테 ‘너희 나라로 다시 가라’고 말한다”고 호소했다.

J(42, 남)씨는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동네 주민이 집주인을 찾아가 우리 가족을 쫓아내라고 말도 했다. 우리는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오해가 풀려서 사원을 허락하고 예전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