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코로나, 노인 학대에도 악영향… ‘피난처’ 요양시설서 학대 급증

2021-09-21     김빛이나 기자
노인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입소 시설서 학대 10년 새 9배 증가
제도적 안전·안심 장치 마련 목소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복지시설 내 노인 학대가 10년간 9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외출과 가족 면회가 어려워지면서 노인들이 머무는 요양시설에서도 학대가 잇따르고 있다. 요양시설 등 입소 시설에서의 학대는 10년 새 9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시설 내 노인 학대 현황과 대책’에 따르면 2019년 전국 34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노인 학대 상담건수는 5243건이다. 이 중 617건이 노인 복지시설 내 학대다.

길어진 코로나19 상황도 요양시설 내 노인 학대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전국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19년 5243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6259건으로 19.4% 급증했다. 이 가운데 노인 의료·주거복지시설에서 일어난 학대는 2019년 486건에서 지난해 521건으로 7.2%나 늘었다. 대면 면회가 어려워지고 공간을 폐쇄하다시피 하면서 학대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인학대 신고접수 건수 및 비율. (출처: 보건복지부)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원래 외부 인력, 프로그램 강사, 자원봉사자, 가족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지금은 직원과 노인들만 고립돼 있는 상황”이라며 “감옥과 마찬가지인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높아지는데, 요양보호사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갈등이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은 방문 면회가 금지되고, 3단계 이하 지역에서는 비접촉 면회만 허용된다. 추석 연휴 기간 접촉 면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환자와 보호자 모두 접종 완료자인 경우에 한해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요양시설 백신 접종이 일찍이 완료됐음에도 개방은 느린 상황이다. 이 교수는 “시설 측에서는 사고가 나면 소송이 걸리다 보니 안전성을 중시한다. 혹시 감염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해 대면 접촉 자체를 줄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학대 유형. (출처: 보건복지부)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고립된 환경에 처한 요양시설 개방하고,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장기적인 노인 학대 방지책도 수립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센터의 경우 수익성 때문에 요양보호사 등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제도적 안전·안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요양시설 평가제도 개선과 함께 CCTV 설치 의무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