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긴급수술 연락도 못 받아…” 쿠팡노조, 휴대폰 반입금지 철회 촉구
“물류센터 불에도 신고 못해”
“2도 화상 4살 아이 방치돼”
“노조가입했다고 해고되기도”
736명 서명 인권위 전달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휴대전화 반입금지 철회 서명운동 결과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민원으로 접수하며 휴대전화를 반입을 허용하라고 쿠팡에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쿠팡물류센터노동자 휴대폰 반입금지 철회 서명운동 결과 발표 및 인권위 접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사고가 났을 때나 중요한 소식을 전달받을 때 꼭 필요한 물품인 휴대전화가 쿠팡에서는 금지품목”이라며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휴대전화 반입금지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쿠팡에서는 지난 6월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목격한 노동자가 휴대전화가 없어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동자는 관리자에게 찾아가 신고했지만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덕평 물류센터는 하루아침에 전소됐다. 사고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외부에 직접 신고할 방법이 없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의 휴대전화 반입금지 이유는 ‘산업시설 설계를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쿠팡이 가리고 싶은 ‘보안’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이었음이 많은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류센터에 휴대폰 반입이 금지됨으로 인해 내부에서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가족에게도 피해가 발생했다. 4살 아이를 키우는 한 노동자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2도 화상을 크게 입었는데 제가 휴대폰이 없던 때라 방치된 채 한나절이나 보냈다”며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고 호소했다.
또 물류센터 노동자의 부모님이 아프셔서 긴급수술에 들어가 보호자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서 수술이 지체되는 위급 상황도 발생했다. 한 노동자의 어머니는 혼자 집에 있을 때 화재경보가 10분 이상 울려 자식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 오른쪽 마비인 몸으로 홀로 휠체어를 타고 탈출하려는 사례도 나왔다.
김한민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간으로서 존중 받기를 원한다”며 “쿠팡은 과도한 노동자 통제전략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수만명에 달하고 이들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당연히 인권존중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들이 유린당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인권위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부당해고 되는 일이 있다며 문제 삼았다.
박 부위원장은 “물류센터 현장에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고 부당해고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합은 추석집중 노조 가입 선전전 진행과 동시에 현장에서 간담회를 통해 부당 노동행위·해고 사례 등을 파악하고 사실이라면 결단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기선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정부와 국가와 기업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며 “효율보다 노동자의 존엄이 먼저다.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 물류센터 내에서 온열 질환으로 인한 인명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관련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쿠팡은 무더위 속 슬기로운 쿠팡 생활이라는 영상을 통해 ‘휴게실과 작업장에 냉방기를 설치해 쾌적한 온습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의 목소리를 기만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휴대전화 반입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736명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인권위에 전달했다.
한편,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오는 9일 쿠팡물류센터노동자 증언대회와 13~16일 추석집중 노조 가입 선전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