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집값 좌지우지하는 언론’ 주장은 궤변”

2021-09-04     이우혁 기자
주택거래가격 결정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이해. (출처: 국토연구원)

‘집값 관련 행동경제학적 이해’ 발표

‘언론중재법 위한 편향적 연구’ 비판 잇따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최근 국토부 출연기관인 국토연구원의 집값 관련 연구 결과가 최근 이목을 끌었다. 주요 골자는 언론보도 등이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격 형성과 거래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구는 국민에게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는 “정부의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일 ‘주택거래가격 결정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이해’ 연구 보고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선 “과거의 평균가격, 최고가격, 최고가 경신과 관련된 언론보도 등이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격 형성과 거래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구체적인 영향은 지역별, 기간별로 상이하다”고 밝혔다.

즉 집값이 올랐다는 기사가 집값을 올렸다는 주장이다. 일부 언론들은 정부와 여당이 국제연합(UN) 등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는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이 같은 결과를 내도록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상식을 무시한 궤변”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행동경제학’을 내세우며 집값 상승의 책임을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한 언론이라고 떠넘겼다는 것이다.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 추이. (제공: 한국부동산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기대심리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가격은 단순히 물질적 가치 외에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어떤 지역에 교통시설, 일자리, 교육·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 해당 지역에 아무것도 없어도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예시로 정부가 특정 지역에 재개발 및 재건축 계획을 발표하면, 해당 지역과 인근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정부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책발표와 동시에 해당 지역을 허가 없이는 거래할 수 없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에 기대심리가 큰 작용을 하는 부분이 사실이라, 어찌 보면 언론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국토연구원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듯하다. 다만 언론이 사후보도를 한다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사람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 요소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간단한 예시로 집값이 올랐다는 보도가 집값을 올렸다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보도가 있을 때는 집값이 많이 내려갔어야 한다. 하지만 집값이 내리더라도 결국은 상승세로 접어들었고 지금은 수년째 집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결국 부동산 시장도 ‘수요’와 ‘공급’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집값이 언론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궤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값 상승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미국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20% 증가했고, 이는 유레가 없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시중에 지원금이 많이 풀린 영향이다. 또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흐름도 주택 부족에 영향을 미쳐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책 연구기관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실물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집값은 물가와 수십 가지의 요인들이 얽혀서 결정되는 것으로 단순히 한두 가지의 요인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