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물가↑ 文정부 들어 최고조, 서민 살림 점점 ‘팍팍’
집세·물가 4년來 최대수준
임대차법에 전세대물 부족
밥상물가 상승 여전히 강세
정부, 빠른 경제회복세만 부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전셋값은 점점 오르고 있고, 물가 역시 계속 오르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 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만 부각하는 데 열을 올렸다.
정부와 여당의 합작품인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전세 매물 부족현상이 계속되면서 전셋값이 점점 치솟고 있다. 특히 서울 강북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중간값)이 사상 처음으로 5억원을 넘었다.
KB국민은행 리브 부동산의 ‘8월 주택가격 동향(8월 16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5억 433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3억 7858만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1억 2575만원이 올라 무려 33%가량 치솟았다. 중위가격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의 중간 가격으로 강북 아파트 전세 매물 절반 이상이 5억원을 넘는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북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3억대를 꾸준히 기록하다가 작년 7월 말 임대차법 통과 이후 가파르게 치솟았다. 작년 9월 4억대를 넘어서더니 11개월 만에 5억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늘어났고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양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3억 1149만원이었다. 2억대를 유지했다가 작년 6월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매달 꾸준히 상승 중이다. KB국민은행이 공인 중개업소를 통해 분석한 지역별 시황을 보면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는 점이 전셋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전셋값은 치솟고 있는데, 정부는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강한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전세계약 갱신시 대출길이 막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계약을 해지하고 더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나서야 하는 형국이다.
전세 가격뿐 아니라 물가도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오르고 있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100)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 이는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던 올해 5월, 7월과 같은 상승 폭이다.
또한 2017년 1~5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2%대 상승이다. ‘밥상 물가’라 할 수 있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고, 석유류와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집세는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며 부동산 가격도 강세다. 이는 곧 물가와 집값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상승세가 최고조에 올랐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자영업자들의 경기 체감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8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34.8이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했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인데 100에서 훨씬 못미치는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 지수는 6월 53.5에서 7월 32.8로 급락한 후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에는 2.0포인트 소폭 올랐지만 경기가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상반된 분위기에 젖어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를 0.8%로 발표했다. 속보치 발표보다 0.1%p 상향된 수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선진국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한 평가만 앞부분에 한참을 장황하게 나열한 후 뒷부분에 소비자물가 인상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정부에게 유리한 내용은 크게 부각하고 서민물가와 어려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강조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