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생 차별’ 진주교대서 노숙농성… “총장사퇴·대책마련” 촉구

2021-08-30     최혜인 기자
경남장애인인권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경남 진주시 진주교육대학교 입구 앞에서 릴레이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8.30

국립교대가 장애인 성적조작

“모범은 커녕 소외·배제 ‘앞장’”

교육부, ‘정원 10% 감축’ 처분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 아냐”

대학 측 ‘사퇴요구’엔 선 그어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교육대학교가 장애학생을 탈락시키려 입시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총장사퇴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조사결과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과정에서 중증장애를 지닌 지원자의 성적을 의도적으로 깎아 불이익을 줬다’는 내부진술이 사실로 확인됐다. 올해 내부고발이 제기되고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부랴부랴 조사에 나선 교육부는 이달 이러한 일들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진주교대 입학팀장은 해당 장애학생에 대해 ‘날려야 한다.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라’ ‘시각 1급, 이런 거는 안 되거든. 간질 이런 거 빼야 될 거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애학생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자 진주교대 입학팀장은 담당자에게 최하점인 700점까지 내리도록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부당한 점수조작 의심사례가 추가로 나왔으며 감사를 통해 특별전형이 불공정하게 운영된 것이 확인되자 교육부는 진주교대에 ‘2022학년도 총 입학정원의 10% 모집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는 대학에 부과할 수 있는 중한 처분에 속한다.

하지만 신입생 모집 감축이나 ‘임시방편’ 조치보다는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학교 총책임자인 총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3일 진주교육대학교에서 경남장애인인권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학생 입시성적 조작에 대해 총장사퇴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1.8.30

장애인인권 시민단체연대는 이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에 돌입했으며, 30일로 농성 7일째를 맞았다.

경남장애인인권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진주교대 측은 지난 6월 ‘장애학생 교육권 실태조사’를 위한 면담 과정에서 ‘교육부로부터 자체 감사를 요구받았고 최근 5년간 입시자료를 조사한 결과, 추가로 발견된 성적조작 사례는 없었다’며 추가 조작을 발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학교 측은 ‘초등교사가 되고자 하는 장애학생들을 차별 없이 선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공정한 선발 절차를 운영해왔다’고 해명했지만, 교육부 조사결과 이러한 주장은 모두 거짓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그 이후에도 입학팀장의 일탈로만 꼬리 자르며 책임회피와 사건축소로 일관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해 “명백한 입시부정이자 장애인 차별사건”이라며 “2017학년도부터 2019학년도까지 무려 3년간 장애학생의 입학성적 조작을 자행했다. 일회성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지속 반복돼온 장애인차별이 오롯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장애대학생은 9653명으로 전체 대학생 수의 0.4%에 불과하다. 특수교육대상자의 2020년 대학진학률도 16.6%로 전체 대학진학률 72.5%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특히 지난 4년간 교대와 사범대 모집인원 7만 6000여명 중 장애학생은 624명으로 총 모집학생 수의 0.8%에 머물렀다. 127곳의 교대·사범대 가운데 장애학생 특별전형이 없는 학교도 64%인 8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중고교에 배치된 장애인 교사는 1.3%에 불과해 장애인 의무고용률 3.4%를 달성하려면 7047명을 추가 고용해야 함에도 교육부로부터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장애인 연대는 “가장 평등해야 하는 교육공동체인 대학이 장애인 소외와 배제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규탄했다.

경남장애인인권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경남 진주시 진주교육대학교 입구 앞에서 릴레이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8.30

이들 연대는 또 “지난해 시도교육청의 평균 장애인공무원 고용률은 2%로 의무고용률인 3.4%에 한참 미달한다. 장애인고용촉진·직업재활법 개정안에 따라 교육청 고용부담금 납부금은 2026년까지 50% 감면됨에도 공공기관에서 책무성을 회피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감사결과 장기간의 장애학생 입학 성적조작이 확인된 만큼 더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진주교대 총장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대학과 교육부는 특수교육대상자 차별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과 장애인 의무고용이행을 위한 교원양성 대책을 어서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장애인 인권연대는 비장애 중심주의·능력주의 교육을 바로잡고 장애인의 실질적인 교육권리 보장을 위해 학생·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주교대 기획연구처장은 “장애인단체가 요구한 3가지 안을 협의했고 현재 대책 마련을 위해 공동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입학정원이 340명가량인데 10% 감축이면 매우 큰 타격”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것 외에는 아무리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싶어도 학교 예산이 없으면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학총장 사퇴요구에 대해선 “추가 의심사례에 대해 경찰수사가 진행된다면 자료를 제출할 의향이 있다. 그리고 현재 총장님은 당시 있던 분은 아니지만 도의적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사퇴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남장애인인권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9일 진주교육대학교 내 대학본부 앞에서 총장사퇴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