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LH 개편, 국민 공분해소보다 주거복지 역점 둬야”

2021-08-07     최혜인 기자
5일 ‘국민을 위한 LH의 혁신방안 모색’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건축도시단체 연합 온라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대한건축학회 건축TV 유튜브) ⓒ천지일보 2021.8.6

건축·도시학계 전문토론회

‘국민 위한 LH혁신안 모색’

정부, 3가지 분리안 검토중

“주거복지·도시개발, 한 몸”

“지역과 거버넌스 구축해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편안이 주거복지 수행을 위한 업무프로세스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건축·도시관련 6개 단체는 지난 5일 ‘국민을 위한 LH의 혁신방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결과, 국민적 공분해소를 목적으로 조직을 분리하면 주거복지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국민 주거안정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건축학회와 한국건축정책학회, 주거학회, 도시설계학회, 주택학회, 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역 목소리를 반영하고 전문가 집단과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LH 조직개편을 면밀하게 검토해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주문했다.

지난달 열린 1차 토론회에서도 정부의 LH개편안이 ‘조직 슬림화’에 중점을 두고 해체 수준으로 개편하면 주거복지·도시재생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어 2차 토론회는 법률·노동 등 각계 전문가가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국토부가 발표한 ‘LH 혁신방안’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진단·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앞서 정부는 ▲주택·주거복지-토지 병렬분리 ▲주거복지-주택·토지 병렬분리 ▲주거복지-주택·토지 수직분리 등의 3가지 LH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이 중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주택·토지 개발사업을 자회사로 두는 3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러한 정부의 3가지 대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5일 ‘국민을 위한 LH의 혁신방안 모색’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건축도시단체 연합 온라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대한건축학회 건축TV 유튜브) ⓒ천지일보 2021.8.6

먼저 건축정책학회의 이명식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LH의 분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모호하며 주거복지정책 수행에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에서 고려하는 3안 모자 구조는 자회사의 수익모델 부재 시 모회사의 동반부실로 인해 제대로 된 주거복지정책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강제적 기능 분리보다는 공공성 강화로 국가 차원의 지역개발과 도시재생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기호 변호사는 올해 발생한 LH 사태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LH 조직개편안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봤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투기근절 방안이 지난 3월 이후 법적으로 이미 마련됐으며, 일부 직원의 일탈로 주거복지 핵심수행기관인 LH를 징벌적으로 해체할 경우 국민 주거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주거복지업무 프로세스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계된 조직을 인위적으로 단절·분리하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의 LH 조직개편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가 80%가 반대했으며, 모자회사 분리안도 97%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규현 한국주택학회장도 주거복지체계는 ‘기획·설계·건설·공급 및 유지관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뤄져야 하며, 주거복지와 주택·토지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긴밀히 연계된 프로세스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성공적인 주거복지 정책실현은 LH 조직개편을 통해서가 아닌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기업이 거버넌스를 구축·추진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김영욱 국가정책위원회 분과위원장은 LH 사태는 단지 일부 직원의 토지투기뿐 아니라 정부 부동산정책의 실정, 주택시장의 불안정 등 누적된 사회문제로 인해 국민적 공분이 폭발한 점을 짚었다.

이에 그동안 LH 임직원의 재산등록 의무화, 토지매매금지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국민 분노를 해소하고자 LH를 분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징벌적 조직개편보다는 주거복지 정책방향, 중앙정부의 역할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LH 미래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토론회 좌장인 김광현 사회공헌진흥원장은 LH 문제에 대한 세밀한 진단없이 단지 조직개편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합리함을 재차 거론했다. 아울러 주거복지-주택건설-도시개발은 한 몸과 같이 운영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LH 혁신방안을 3가지 방안 외 다른 여러 안도 마련해 전문가 집단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국민을 위한 LH의 혁신방안 모색’ 2차 건축도시단체 연합 온라인 토론회 안내 포스터. ⓒ천지일보 202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