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백혈병 논란’ 종지부 찍힐까
2011-07-15 연합뉴스
삼성, 임직원 퇴직後까지 책임..토털 케어 시스템 마련
(서울=연합뉴스) "안전을 희생하는 이익은 필요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번 조사가 끝이 아니라 해결 방안을 함께 찾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삼성전자[005930] DS사업총괄 권오현 사장은 14일 미국 인바이론사가 반도체 사업장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병이 무관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자 이같이 말했다.
앞으로 이런 논란 자체가 일지 않게 반도체 사업장뿐 아니라 모든 전기·전자 사업장의 직원 건강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백혈병으로 숨진 2명에 대해 산재를 인정하라고 판결했고,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조사 방법과 결론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법정 안팎에서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백혈병 논란' 끝날까 = 산재 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내 삼성전자가 조사를 의뢰한 6건 가운데 인바이론사는 4건은 백혈병 유발 물질에 대한 노출이 전혀 없었고 나머지 2건도 노출 수준이 기준보다 현저하게 낮아 유의미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이 회사는 조사 방법은 객관적이고 공정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1982년 설립된 인바이론사는 세계 74개 지사에서 1천100여명의 전문 컨설턴트가 산업위생 노출 평가, 안전성 및 위해성 평가, 시험 분석, 산재 관련 법의학 분석 등 전반적인 산업보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사에는 인바이론사를 주축으로 예일대, 미시간대, 존스홉킨스대, 한양대 연구진과 국내외 산업보건 연구원이 참여했다.
조사는 미국 산업위생협회가 승인하고 개발한 검증 방법을 통해 600개 이상의 시료를 직접 채취한 뒤 1단계 정성 평가, 2단계 정량 평가, 3단계 종합 평가의 3단계로 진행됐다.
인바이론 측은 이날 "자문단 조언을 받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방법을 동원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모든 데이터를 동원해 폐쇄된 3라인을 재구성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과거 잠재적인 노출에 대한 평가를 했다"고 거듭 역설했다.
앞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1, 2차 조사에서도 반도체 라인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50여종 가운데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실질 방사선 노출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기관과 해외 제3기관의 조사도 못 믿겠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이번에도 시민단체 참여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이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선 1심 법원이 이들 조사 결과와는 다른 판단을 내려 이어질 항소심과 상고심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반도체 직원과 유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2명에 대해서는 산재를 인정해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반도체 사업장의 일부 유해 작업환경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였다.
백혈병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미약한 전리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병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만큼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었다.
이날 조사 결과 설명에는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공유정옥 산업전문의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도 나와 인바이론사 및 삼성전자 측과 설전을 벌였다.
공유정옥 전문의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벤젠이 검출됐다는 보고서를 냈고, 공기 중에도 벤젠이 있다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미공개 보고서도 있는데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냐"고 캐물었다.
이에 대해 인바이론사와 삼성전자는 "벤젠은 전혀 사용할 수 없는 물질이고,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없는 물질로, 전혀 탐지되거나 검출되지 않았다"며 "그 물질이 나왔다는 보고서나 근거를 대면 다시 살펴보겠다"고 맞받았다.
시민단체 등은 인바이론사 측이 삼성전자가 제공한 데이터만 100% 믿고 이를 토대로 조사했을 뿐 아니라 조사 범위도 지나치게 좁으며 2009년 폐쇄한 낡은 3라인을 최신 5라인에서 재구성해 조사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아 신뢰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임직원 건강 끝까지 챙기겠다" = 권 사장은 "임직원 안전과 건강은 인재제일을 핵심가치로 하는 삼성전자에는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으로, 발병자와 유가족들에게 항상 대화 채널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퇴직 이후 암 등의 질환으로 투병하는 임직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치료비 지원 대상은 검토를 거쳐 근속 기간, 발병 시점, 수행 업무와의 상관관계 등을 고려해 조만간 세부 지원안을 공지할 예정이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설립한 건강연구소의 역할과 위상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했던 연구소의 기능을 향후 삼성전자 전 사업장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고 중장기적으로 별도 법인화해 공익사업 등도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건강연구소 전문인력도 8명에서 2013년까지 23명으로 약 3배 늘려 근무환경과 관련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미확인 위험 요소(Unknown Risk Factor)'를 찾아내기 위해 산학 협력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정기 컨설팅을 받을 방침이다.
임직원 '토털 케어 시스템'도 정비한다.
세계 최고 임직원 건강증진 인프라를 갖추려 '종합 건강 케어 센터'를 구축하고 입사부터 퇴사 때까지 홈닥터 수준의 개별 건강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건강검진 센터, 마음건강 클리닉 등 종합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진단, 치료, 운동, 상담 등 개인별 최첨단 서비스를 받게 된다.